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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15. 2024

첫 타임 기차

이백 예순네 번째 글: 아침 시간

오늘은 평소보다 약간 더 일찍 일어났습니다. 그 덕에 서두르고 서둘러야 탈 수 있었던 6시 48분 기차를 여유 있게 탈 수 있었습니다. 학기 중에도 다른 날보다 일찍 가야 하는 날이면 이 시간대의 기차를 타야 합니다. 그래 봤자 30분 일찍 가는 것이지만,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는 저로선 별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각에 타는 기차가 하루의 첫 기차는 아닙니다. 첫 기차는 5시 43분에 출발합니다. 그런데 저로선 현실적으로 이용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겐 이 기차가 첫 차인 셈입니다.


기차에 탑승해 있는 시간은 고작 18분 간입니다. 그 18분 동안 차창 밖을 내다보곤 합니다. 최소 10년을 이렇게 다녔으니 새로운 풍경이란 없습니다.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차창에서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희끄무레하게 밝아오는 창밖의 풍경이 싫지 않습니다. 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아직 어둠의 끝자락에 물든 저 멀리 보이는 풍광들은 다소 신비감마저 품은 듯 보입니다. 딱 이 정도일 때가 좋습니다. 너무 고스란히 노출되는 건 시야에도 부담이 되고, 어쩌면 정신마저 산만해지기 쉬우니까요.


이 나른한 풍경을 뒤로하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어제의 누군가가 죽어가며 그렇게도 맞이하길 바랐던 내일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허투루 보낼 시간은 아니니까요.


분명 지금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제격인 시각입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더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만, 저는 여전히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을 믿습니다. 오늘은 일찍 일어난 한 마리 새가 되어 힘차게 날갯짓을 해볼까 합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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