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 예순다섯 번째 글: 내 나이가 어때서?
"안티티티티 프래자일 프래자일 안티티티티 프래자일 안티티티티 프래자일 프래자일."
마침 옆에 있던 아들 녀석이 화들짝 놀란 듯 저를 쳐다보며 말합니다.
"갑자기 와 카노? 그라고 아빠가 이 노래를 우예 아노?"
"나는 뭐 이 노래 알면 안 되나? 내가 원래부터 사쿠라 좋아한다 아이가."
"참아라. 집에선 이캐도 나가선 그카지 마라. 그 나이에 그카면 사람들이 욕한다."
한 마디로 나잇값 좀 하면서 살라는 말이었습니다. 글쎄요, 기분이 나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솔직히 조금 섭섭하긴 하더군요.
"내 나이가 어때서?"
그렇게 한 마디 힘주어 내뱉었지만 영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제가 그렇게 나이가 많이 들었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고, 오십 줄을 넘긴 사람은 아이돌 그룹 노래를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냐며 은근히 되묻고 싶었습니다. 노래가 좋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고, 가수가 좋은데 그까짓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냐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습니다. 문득 그때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은사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있는데, 그건 꼭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변명에 지나지 않아."
그분의 말씀에 있어 옳고 그름을 떠나 실제로도 공부가 최상위권인 학생들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르세라핌이고, 미야와키 사쿠라고,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어쩌면 저처럼 노래나 가수를 좋아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말한다는 건 이미 제가 나이 들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보니 마음은 편했는데, 이제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것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만, 전 아이돌 그룹 중에서 이미 해체하고 만 '여자친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평소에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하교한 다음이면 일할 때마다 여자친구 노래 모음을 틀어놓고 따라 부르곤 할 정도니까요. 바로 옆 반과 그 옆 반의 두 여자 선생님은 열다섯 살 이상 차이가 나는 분입니다. 가끔씩 제 교실을 지나갈 때마다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나중에 그런 말을 하더군요. 제가 그런 노래를, 그 가수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고 말입니다.
'나잇값 좀 해'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말로 발끈해야 하는 지금의 제가 조금은 서글프네요. 누가 뭐라고 하든 저는 저의 방식을 고수하려 합니다.
안티티티티 프래자일 프래자일 안티티티티 프래자일 안티티티티 프래자일 프래자일
Anti ti ti ti fragile fragile Anti ti ti ti fragile Anti ti ti ti fragile frag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