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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25. 2024

남산 둘레길

0623

눈이 내리고 그친 주말 오후 남산 공원에 갔다.


소나무 즐비하게 늘어선 푸르른 길을 걸었다.


이따금 우듬지에 이고 있던 눈얼음들이 가는 바람에 우박처럼 떨어진다.


걸음을 멈추면 쌀쌀하고 걸으면 포근한 날씨다.


우리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곳곳의 노천 운동기구에는 건강에 민감한 이들이 매달려 있다.


잘 사는 것은 잘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길을 걷다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위치에 식당이 있기에 들어가 홍합스튜와 멜란자나 요리를 먹었다.


가만히 지금의 위치를 추적하니 '소월길'이라 시적 감수성이 초록초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땅거미가 질 무렵 어느 작은 화랑으로 가 지리학자의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작가는 무수한 길 위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작품을 네 개의 근원적 요소로 삼아 완성했다고 했다.


이는 바슐라드가 물, 불, 대지, 공기로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 것과 닮아 보였다.


그는 지구이야말로 그 자체가 예술을 품고 있는 게 아니냐고 단어를 들이밀며 스스로 만족해한다.


the eARTh


나는 우리네 마음속이 더 예술적이라고 반문하려다 말았다.


the heART


갤러리를 나오자 거리에는 여전히 미련을 담아 흩뿌리는 봄진눈깨비가 땅 위에서 밝게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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