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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11. 2024

괴나리봇짐

0638

가만히 들여다보면 글의 대부분은 실패한 이야기.


성공이 아닌 곳에 안착하는 이야기.


어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영원한 사라짐.


지키지 않는 보루들.


끊임없이 타전하는 신호들.


겉으로 시작해서 속으로 끝나는 곡선들.




다시 먹을 갈게요.


붓을 고르고 있어요.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으렵니다.


먼 길은 아니지만 괴나리봇짐에 이것저것 주섬주섬 담습니다.


짚신 한 켤레

지루한 책 두 권

손바닥만한 공책 한 권

짝짝이 종아리 양말 한 켤레

바람의 시간을 측정할 모래시계

우연히 만날 풍경을 낚을 잠자리채

번뇌의 기억을 파묻을 초소형 포크레인


너무 오래간만에 떠나는 탓에 준비가 서툽니다.


자주 반복해야 가벼워지는데 말이죠.


거추장스러운 몸짓들은 대부분 간헐적일 때 그렇습니다.


산문을 반복하면 운문이 자연스러울까요.


결국 글의 종착지는 시였으면 좋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더이상 글이 짐이 아니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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