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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10. 2024

표를 던지다

0668

오전에 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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投는 머무르다는 의미로 쓸 때에는 '두'로 읽지만

던지다는 의미로 쓸 때에는 '투'로 읽는다.


머무름과 던짐의 결이 결코 다르지 않다.


신중하게 던질 때에는 발걸음을 멈추고 하나의 마음에 머물러야 한다.


투표가 찍는 행위보다 던지는 행위에 방점이 찍히는 건 흥미롭다.


찍는 것은 결정하는 일이고
던지는 것은 모으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나의 의견을 정하는 것보다 모두의 뜻을 모으는 것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인가.


찍을 때는 갇힌 공간에서 은밀하게 행해지고

던질 때는 열린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행한다.


누구를 찍더라도 용지는 하나로 모아진다.


같은 지지자들끼리 동일한 함에 넣는 방식이면

(투표함 개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지 않으면서 적용하는 방법은 무수하게 많다) 개표집계가 편하지만 투표는 한 곳에 다른 지지자들의 용지가 모아진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던져지는 곳은 한 곳이다.


섞었다가 다시 분류하는 것은 얼마나 수고로운가.


그래도 투표의 정신은 분열이 아닌 화합에 있어서다.


순수한 화합은 아니더라도 어우러짐을 전제로 한다.


어린 시절 청군과 백군을 나눠 운동회를 했던 기억을 반추해 보라.


치열하게 대결했으나 끝난 후에는 모두가 하나가 되는 묘한 결속력을 낳는다.


이념과 지향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운동장에서는 하나의 한국인으로 묶인다.


표를 던지는 것은 진영 간의 반목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커다란 하나를 성숙하는 기회가 아닐까.


나는 오늘 대한민국의 나이테를 위해 표를 기꺼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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