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l 04. 2024

실패 마니아

0753

주로 실패의 목록을 헤아리기를 즐긴다.


실패는 슬픈 것이 아니다.


오늘에서 가장 실패한 것들이 나를 살게 할 것이다.


성공의 안전함을 등지고자 함이 아니라 실패의 민낯을 마주하고자 함이 크다.


어차피 실패의 확률이 높아서 익숙하다.


익숙한 것들의 불온함에 대하여 되짚어본다.


실패의 맥은 성공의 그것보다 뜨겁고 가파르다.


실패는 성공보다 탄력적이어서 반발력이 우세하다.


실패의 역동을 믿는다.



유사한 실패의 꾸러미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할 것이다.


그것의 반응들은 결코 실패하는 법이 없다.


기어이 실패를 실패하는 순간을 선사한다.


실패에 대한 한시적 감정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유혹이자 함정이다.


실패는 거듭될수록 실패가 아닌 쪽으로의 탈주를 꿈꾼다.


실패가 함유되지 않은 성공의 빈약함을 각오하라


실패할 구실이 궁색하다면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실패를 선물 받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쓰며 실패를 핥는다.


쓰면서도 달콤한 이 오묘한 실패의 맛이여!


이 맛에 길들여지면 자잘한 성공의 얕은 단맛에 눈길조차 주지 않게 된다.


그것이 주는 가냘픈 안도에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허송세월 했는가.


실패는 성공을 장악한 자들만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8년 전 근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