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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05. 2024

말은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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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옷이며,
삶과 인간에 대한 태도가 화술



최신 유행에 대해 민감하나 타인과 구분된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좋아하는 MZ세대.


이들은 '합리적 소비'와 '폼나는 소비'를 지향한다.


욕망에 솔직하지만 영리한 소비자인 셈이다.


언어생활에 있어서도 그들의 특성은 잘 묻어난다.


언어는 우리가 매일 입는 옷과 닮아서 패션이 사회에 대한 자신을 표출하는 태도라면 화술은 삶과 인간에 대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옷과 말을 함께 비교하며 살펴보면 흥미로운 접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의류시장에서 전년 같은 기간대비 매출이 96% 상승한 브랜드가 있다.


요즘 MZ세대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프랑스 의류브랜드 '르메르'가 그 주인공이다.


간결한 디자인과 우아한 실루엣, 고급스러운 소재가 이 브랜드의 특징이다.


르메르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사라 린 트란의 인터뷰는 언어와 관련해서도 많은 영감을 준다.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일상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좋은 옷과 액세서리를 제안하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합니다
-크리스토퍼 르메르


관찰, 관찰, 또 관찰하는
디자이너이고자 합니다
-사라 린 트란


그들이 말하는 르메르 디자인의 키워드는 3가지다.


세월의 유행을 거스르며 입으면 입을수록 멋스러워지는 타임리스는 좋은 친구처럼 오랫동안 옷장에 보관할 수 있는 양질의 옷을 상징한다.


차별을 너머 다양성을 표현하는 젠더리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며, 그 섬세함과 독립적 욕구를 담는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말한 'Less but Better'(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과 같은 미니멀리즘.


여기에 더해 부드러움, 자신감, 개방적인 마인드가 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에서 주도적인 선택을 하는 것, 나를 둘러싼 물건과 내가 입는 옷을 통해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 매일 일어나는 기적 같은 일에 감사할 줄 아는 시간을 갖는 것,


결국 럭셔리는 삶의 질에 관한 것과 다름 아니다.


또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 우리에게 어떤 일이 중요한지 느끼게 해주는 일들을 하는 것이다.


에르메스의 전설적인 CEO 장 루이 뒤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란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에게는 완벽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언어는 옷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 전, 옷을 보며 당신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어떤 취향의 사람인지 어떤 감각의 소유자인지 말이다.


옷과 같이 언어도 첫 발화를 하는 순간 상대에게 중요한 정보를 건네는 꼴이 된다.


패션스타일처럼 말투는 결정적으로 당신을 어떻게 판단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요소가 된다.


옷이 사람을 가리기보다, 옷이 그 사람을 드러내는데 역할을 하듯이 화술이 사람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보다 말이 그 사람을 온전히 가치 있게 드러내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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