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글은
삼백 예순세 번째 글: 그래서 매일 글을 씁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대단한 글을 쓰지 못합니다. 단 한 줄만 읽어도 눈물이 핑 도는 그런 글을 쓸 수 없고, 제 글을 읽는 누군가를 환상의 세계로 데려갈 만한 그런 글도 쓰지 못합니다. 자, 그렇다면 이런 저는 글쓰기를 포기해야 할까요? 지금 당장 조회수가 천 단위로 올라가지 않는 글이나 쓰고 있는 전, 못해도 네 자리 수의 구독자도 보유하지 못한 전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할까요?
무슨 똥고집인지 이럴수록 저는 더더욱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법이니, 지금 비전이 없다면 앞으로 그 비전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과 같이 이런 무의미한 짓을 더 지속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첫술에 배부른 법 없다는 말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처음 떠 넣은 밥숟가락에 포만감을 느낄 수 없다면 배가 불러올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춰선 안 되는 것입니다. 물론 최소한 먹을 만하다면 말입니다. 그러면 언제까지 반복해야 포만감이 느껴질까요? 다시 말해서 제 마음에도 그나마 들고 타인의 마음도 움직이는 그런 글을 쓰게 될까요?
30년도 훌쩍 지난 소싯적에 몇 년 동안 정식으로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발차기면 발차기, 품새면 품새,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게 없었습니다. 땀을 흘려가며 어떤 동작을 반복 연습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사범님이 제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그럴싸하고 멋있어 보이는 동작이 있다고 해도 그걸 지금 죽도록 연습한다고 해서 금세 폼이 나는 건 아니다. 때가 되어야 무엇이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2단이나 3단 품새를 왜 7~8급이 연습하면 안 되는지 아냐? 아무리 연습해도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말고 때를 기다려라."
그 오래전 사범님의 가르침이 지금도 제겐 유효한 듯합니다. 그땐 태권도에 대해서 말한 것이지만, 결국 태권도든 글쓰기든 본질이 같은 셈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딱 하나, 그렇다면 과연 그 '때'는 언제쯤이면 올까요?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 작가님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만약 신이 있다고 해도 어쩌면 그건 신도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은 신이 아닌 제가 쓰는 것이니까요.
산 정상에 오르는 상황을 떠올려 봅니다. 정상이 어디쯤인지 일단 확인한 후에 앞만, 아니 바로 발끝만 보고 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숨이 차서 그만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들 것입니다. 어쩌면 이만큼 왔는데 도로 내려가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왕 온 김에 조금만 더 가보자며 이를 악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더는 발을 디딜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벌써 정상에 오른 것입니다.
전 이렇게 그 '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니 믿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이것뿐입니다. 일단 목표 지점을 확인한 뒤에 더는 발을 디딜 데가 없는 그 순간까지 발끝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대신에 이건 꼭 저와 약속해야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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