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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04. 2024

대단한 글은

삼백 예순세 번째 글: 그래서 매일 글을 씁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대단한 글을 쓰지 못합니다. 단 한 줄만 읽어도 눈물이 핑 도는 그런 글을 쓸 수 없고, 제 글을 읽는 누군가를 환상의 세계로 데려갈 만한 그런 글도 쓰지 못합니다. 자, 그렇다면 이런 저는 글쓰기를 포기해야 할까요? 지금 당장 조회수가 천 단위로 올라가지 않는 글이나 쓰고 있는 전, 못해도 네 자리 수의 구독자도 보유하지 못한 전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할까요?


무슨 똥고집인지 이럴수록 저는 더더욱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법이니, 지금 비전이 없다면 앞으로 그 비전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과 같이 이런 무의미한 짓을 더 지속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첫술에 배부른 법 없다는 말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처음 떠 넣은 밥숟가락에 포만감을 느낄 수 없다면 배가 불러올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춰선 안 되는 것입니다. 물론 최소한 먹을 만하다면 말입니다. 그러면 언제까지 반복해야 포만감이 느껴질까요? 다시 말해서 제 마음에도 그나마 들고 타인의 마음도 움직이는 그런 글을 쓰게 될까요?


30년도 훌쩍 지난 소싯적에 몇 년 동안 정식으로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발차기면 발차기, 품새면 품새,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게 없었습니다. 땀을 흘려가며 어떤 동작을 반복 연습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사범님이 제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그럴싸하고 멋있어 보이는 동작이 있다고 해도 그걸 지금 죽도록 연습한다고 해서 금세 폼이 나는 건 아니다. 때가 되어야 무엇이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2단이나 3단 품새를 왜 7~8급이 연습하면 안 되는지 아냐? 아무리 연습해도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말고 때를 기다려라."


그 오래전 사범님의 가르침이 지금도 제겐 유효한 듯합니다. 그땐 태권도에 대해서 말한 것이지만, 결국 태권도든 글쓰기든 본질이 같은 셈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딱 하나, 그렇다면 과연 그 '때'는 언제쯤이면 올까요?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 작가님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만약 신이 있다고 해도 어쩌면 그건 신도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은 신이 아닌 제가 쓰는 것이니까요.


정상에 오르는 상황을 떠올려 봅니다. 정상이 어디쯤인지 일단 확인한 후에 앞만, 아니 바로 발끝만 보고 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숨이 차서 그만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들 것입니다. 어쩌면  이만큼 왔는데 도로 내려가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왕 온 김에 조금만 더 가보자며 이를 악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더는 발을 디딜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벌써 정상에 오른 것입니다.


전 이렇게 그 '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니 믿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이것뿐입니다. 일단 목표 지점을 확인한 뒤에 더는 발을 디딜 데가 없는 그 순간까지 발끝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대신에 이건 꼭 저와 약속해야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기 없기!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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