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Sep 13. 2022
예민할수록 풍부해지는 하루의 맛
날마다 느낌이 가을 구름처럼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지고 있어.
그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지.
버젓이 홀로이지만 너로부터 느끼는 감각들은 무수히 열리고 있으니.
자! 이것 봐!
지치지 않는 것이 경이롭지 않니?
피로감은 하루 적정량의 감각을 쓰는 것에 좌우되는 것이라잖아.
이런 피로라면 필요 이상의 감성을 흘리고 감정을 뿌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거지?
다감한 인간이 되고 싶었어.
다정다감까지는 못 미치는 그저 다감한 인간!
풀어서 말하면 '느낌이 많은 인간'이야.
대상이 다가오면 감각을 아끼지 않는 인간쯤 될까.
다정한 것은 정이 많은 것이니 상대가 유익할 거야.
미안! 다감은 내가 유익해.
내가 가진 팔레트에 미리 짜 놓은 물감처럼 감각을 적극적으로 쓰겠다는 거니까.
먼저 내가 즐거울 거야.
그다음에 그걸 바라보는 니가 즐거울 수도 있다면 다행이고.
그것은 예민해진다는 거지.
나의 감각들을 모두 곤두세우겠다는 거야.
오해는 하지 마.
예민한 것이 날카롭지만은 않아.
다양한 도구로 감각을 다루겠다는 것이니까.
근데 곰곰이 생각해봐.
사실 우리가 상처받은 순간마다 예민함보다 상대의 둔감함이 날 힘들게 하지 않았니?
예민함에는 영민함이 깃들어 있어서 상대를 모호하게 해치지 않아.
둔감함에는 오히려 둔기 같은 무딤이 있어서 직접적으로 과격하지.
직소퍼즐도 촘촘하고 예민한 구성일수록 흥미진진하잖아.
관계는 퍼즐처럼 상대적이면서 유기적이지.
너의 예민한 퍼즐 조각들이 많고 다양할수록 관계에서 유연해질 수 있을 거야.
단순한 것은 다루기는 좋아도 스스로 다룰 수는 없어.
늘 일방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놀리지 않는다면 고백을 하나 해 볼게.
나의 초라한 능력은 다감해지려는 것이야.
아이참! 벌써 잊은 거야? 다정다감은 아니라구!
더 노력해보긴 할게.
다정도 병인양하여 다감보다 자유롭지 못하더라.
다정은 이타와 희생에 가까워서 균형을 위해 다감을 세트로 묶기 즐기나 봐.
이제부터 모던보이가 아닌 다정보이라 불러줘.
느낌이 정보만도 못한 시절이잖아.
나만의 느낌을 발견하는 일도 기적이 되어버린 오늘이야.
그래. 느낌은 더이상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