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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가는 생각들을 지금 맞춰 떨어뜨리지 않으면 이내 종적을 감춰 버릴 것이다
자판을 두드린다
종결어미마다 엔터키를 튕긴다
처음에는 생각들이 몸을 뒤틀면서 잡념이라고 위장하며 겨냥을 갸웃하게 한다
긴 호흡으로 자음과 모음을 번갈아 가며 생각들을 다시 바라보다가 일격에 저격한다
제대로 맞고 떨어진 생각들은 문장이 된다
그 옆에 우연히 맞은 잡념들도 생각들과 떨어지면서 양념 문장이 된다
머리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사건들은 새총을 맞고 나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생물은 새총에 맞으면 죽는데
생각은 새총에 맞으면 살아난다
브런치라는 새총은 막강하다
양궁처럼 고도의 정교함을 훈련하지 않아도 우선 과녁까지는 관대하다
조금 중앙에서 벗어나도 살아있는 생각의 시체들은 퇴고를 통해 중앙으로 가까이 옮겨간다
이때 브런치 새총을 당기면서 생기는 근육을 이름하여 '글근육'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아령만한 자잘한 생각들을 잡다가 점차 역도만한 생각들을 포획하게 된다
브런치라는 새총은 무해하다
결국 나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새총은 날아가는 새가 아니라 '사이'의 '새'를 잡는다
그래서 우리는 브런치 새총을 브런치 사이총이라고 부르고 있다
극보다도 극과 극 사이에 사냥할 것들이 더 풍부한 것도 사이를 사냥하는 보람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