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Oct 01. 2024

새벽의 뒤태

0842

오전 네 시


나를 뛰어넘을 시간이다


하루 중 새벽은 가장 어두우면서 가장 밝은 때이다


내면이 어디라도 멀리 볼 수 있으니 빛이 필요 없다


새벽이 없었다면 인간은 그저 나약했을 것이다


새벽을 사용하는 자가 시대를 장악한다


몸은 첨단이 되고 뇌는 최초가 된다


단단하고 섬세해진다


글이 샛별처럼 선명해지고 말이 이슬처럼 맑아진다


인위적인 빛이 없어도 점차 주위가 밝아진다



어둠에 적응한 상태가 빛에 의존할 때보다 편안하다


눈을 뜨고도 명상이다


자! 무엇을 창조해 볼까


그 무엇이라도 가능해지는 시간이 여기에 있


어제를 끝인 양 번아웃해서는 가지지 못한다


경건하게 준비해야 한 줌의 새벽을 획득한다


잠기운이 걷어지고 나면 비로소 명징해진다


쓰는 대로 이루어지고 말하는 대로 지향이 된다


기도의 언어를 가지지 않아도 이미 축성된 시간


가만히 머물러도 강복을 받는 시간


그저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고 귀를 세운다


이쯤이면 어둠이 서둘러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를 나보다 나일 수 있게 한 것은 새벽이었다


새벽의 뒤태를 볼때마다 감탄이 아니 나올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