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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내야 할 때 퍼 내지 않으면 마르고 마는 우물이 내 안에 있어서 그런 거다
아끼지 않아야 하는 것들의 나열 안에 마음이 맨 앞에 자리한다
계산과는 다르게 셈이 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서 그렇다
모든 것들에 대해 소비가 소비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 놀랍다
잘 가늠하는 것이 절실한 요즘의 지혜다
비울수록 가득해지는 것은 어찌 된 일인가
타인에게 그 방향이 치우칠수록 비움은 채움보다 충만하다
아니해 본 것도 아니면서 늘 서툰 것이 생경하다
모든 마음의 작동은 그 반응이 우회하고 우둔한 듯 보여서 쉬 믿지 못하고 만지작거리다가 증발해버리거나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고 미뤄둔 채 쌓아두다가 고장 난다
자주 바르게 쓰는 것이 마음의 성능을 높이는 유일한 요령이다
마음이 자꾸 옹졸해질 때 마음속 우물의 깊이를 재 본다
깊이가 낮아질수록 마음의 쓰임이 인색한 것이니 그때야말로 마음을 단단히 소비할 시점이다
몸의 탄력은 세월의 중력에 시달리지만
마음의 탄력은 관계의 장력에 지배된다
몸은 자꾸 무너져도 마음은 꼿꼿하게 지키고 싶다
그러려면 부지런히 퍼 내고 퍼 내고 비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마음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다 주고도 늘 미안해지는 마음을 가지는 게 점점 어려워져서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