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Oct 25. 2024

서툰 서두름

0866

빠르게 움직여서 얻은 이익보다 손해를 돌아본다


선점의 허술함은 뒤에서만 보인다


서두른 것들의 농익지 못함은 더 이상 흠이 되지 못한 시대를 살고 있다


미안합니다 빠른 것이 미덕입니다
서툴러도 서두를게요


인간의 속도를 넘어서는 빠르기로 살면서 기다리는 법을 잊고 느긋함을 느슨함으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생각이 끼어들려면 시간들 간의 공간이 필요한데 어쩌다가 이토록 촘촘하게 허술해졌는지 모른다


서툴러서 느린 것과는 사뭇 다른 서둘러서 서툰 것


이제는 서두르는 모든 것들의 서툶을 알아차릴 때



곰삭을 여지를 가로막고 숙성의 가능을 차단한다


서둘러서 놓치는 무수한 보석들을 열거해 보자


이 또한 서두르면 하나도 손아귀에 걸려들지 않는다


찬찬히 해야만 완전해지는 것들은 시시한 것 투성이라 씩씩하게 더딤을 외면하며 건너뛴다


어설프게 서두를 바에는
아무것도 안 할래요


자주 멈추어 서는 일은 인간에게 있어서 고장도 아니고 부실함도 아니다 완전한 영장류의 증거


저 구름도 저 낙엽도 저 너구리도 저 금붕어도 서두르지 않는데 인간만 바삐 움직여 고통스럽다


서둘러서 문제를 문제로 풀지 못하고 질문을 질문답게 던지지 못하고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제때에 살지도 제때에 죽지도 못하는 아이러니


그러고 보니 서툰 모습이 서글프게 보인다


결국 서두르는 모습은 서툰 생각에서 기인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과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