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65
문장이 아주 정확하여 어디 한 자리도 빈 틈이 없다
이오덕은 그의 책 '우리글 바로 쓰기 2'에서 그의 문장을 이렇게 평한 바 있다
빈 틈이 없는 문장은 어떤 문장일까
조선의 모파상이라는 별명을 가진 작가가 약 한 세기 전에 글을 쓰던 곳을 우연히 들렀다
글 쓰는 도반들과의 만남이 있었을 장소라고 상상하니 주문한 쌍화차 위에도 문장이 떠 있는 것 같다
이효석도 김기림도 이상도 김유정도 정지용도 다녀갔을 공간이었다는 생각에 미치니 비싼 찻값이 옛 작가의 숨결 값을 포함한 금액까지 감당하는 것까지 임의 합산된 것 같다
작가의 누나의 외손녀가 작가가 지은 당호를 걸고 찻집을 경영하고 있었다
정원이 있고 별채가 공중에 떠 있고 대청마루, 툇마루, 누마루 등에 삼삼오오 현대인들이 오래된 표정을 하나씩 쓰고 앉아 있고 그 너머로 예스러운 소품들이 곳곳에 기능이 마비된 채 엉거주춤하게 자리하고 있다
주인장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그리 다시 일부러 찾을 공간은 아니다
고택을 음미하며 머무르기에는 무언가 어수선하고 번잡하고 편안치 않고 차분하지 않고 어색한 느낌이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한 고요의 공간이거나 문인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며 논쟁을 벌이던 시끌벅적한 공간이었을 이곳에서 어중간하게 차를 마시는 삼삼오오의 풍경들이 건물과 사뭇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많은 이들이 좋아해 찾는다하니 나의 삐딱한 투정이 무색하겠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까
특히 집이라는 공간은 정신과 기능이 잘 맞아야 머무는 시간이 안온해지는 것 같다
아무튼 우연으로 찾은 공간에서 우연으로 만난 시간들이 흥미로웠다
적어도 1930년대는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지금보다 더 고즈넉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