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백 서른여덟 번째 글: 문제는 사람
인간은 만물의 영장입니다. 천하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사람이 가장 우수하다는 뜻이겠습니다. 그 어떤 생명체가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고, 체계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또 도구를 활용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만큼의 찬란한 문화를, 그리고 문명을 이끌어 낸 건 지당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 늘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인간이 가장 우수한 종이라고 말입니다.
지구상에서 살아온 지 단 몇 백 년 만에 인간은,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고안해 냈습니다. 그 어느 나라에서든 우수한 체계의 법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법이라는 제도의 틀 안에서 일사불란하게 질서를 갖춰가며 살아기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에서 우린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법이 있다는 건 법의 위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질서가 유지된다는 측면이 강하다는 겁니다. 그 말은 곧 만약 법이 없다면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과 같이 야생동물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홉스의 말처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곧 인간 세계에 다름 아닌 것이겠습니다.
항상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사회인 가정은 두말할 것도 없고, 학교나 직장에서도 늘 사람이 문제를 일으켜 왔습니다. 공부가 힘들어서 혹은 일이 힘에 부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닙니다. 함께 공부하거나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시빗거리가 일어납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누가 옳으냐를 두고 서로 헐뜯으며 사는 게 바로 인간입니다.
속칭 트러블메이커라고 지칭하지요. 어떤 집단에서든 혹은 어딜 가나 꼭 한두 명씩은 이런 류의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정말 그들에게 집단의 화합과 친목을 깨뜨리려는 목적이 있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그들의 언행은 화두가 되곤 합니다. 물론 지금 제가 속해 있는 집단에도 이들 트러블메이커들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심 안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간단한 사실 하나조차도 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보기에는 저도 충분히 그런 트러블메이커 중의 한 명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어느 책에선가 그런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구에서 사람만 완벽히 제외하면 모든 생명체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고 살아갈 거라고 말입니다.
수 억 년을 살아온 일부 동물들과 비교해 보면 인간이란 하찮은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지구상에 출현하기 훨씬 이전에, 아니 헤아릴 수도 없었던 그 까마득한 과거에 잠자리는 날아다녔고 도마뱀은 땅 위를 걸어 다녔습니다. 하다못해 환경에 대한 인간의 생존력은 우리가 그렇게도 혐오하는 바퀴벌레 만도 못합니다.
보다 더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며 다짐해 봅니다. 가치도 없는 일로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일이 없도록 언제 어디에서든 말과 행동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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