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긴 새
천 양 희
물결이 먼저 강을 깨운다 물보라 놀라 뛰어오르고
물소리 몰래 퍼져나간다 퍼지는 저것이 파문일까
파문 일으키듯 물떼새들 왁자지껄 날아오른다
오르고 또 올라도 하늘 밑이다
몇번이나 강 너머 하늘을 본다
하늘 끝 새를 본다
그걸 오래 바라보다
나는 그만 한 사람을 용서하고 말았다
용서한다고 강물이 거슬러 오르겠느냐
강둑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발끝이 들린다
내가 마치 외다리로 서서
몇시간 꼼짝 않는 목이 긴 새 같다
혼자서 감당하는 자의 엄격함이 저런 것일까
물새도 제 발자국 찍으며 운다
발자국, 발의 자국을 지우며 난다
하나의 새로운 하루를 사는 것은 한 번의 해묵은 용서를 위한 기회를 부여받은 것인 줄로 압니다
진정한 용서는 나약할 때 하는 것도 아니었고 겉으로 강할 때 하는 것도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저 온전히 나다울 때
용서가 가능합니다
그러한 까닭에 어떤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떠올려 용서하고 나의 이야기를 포개어 밀착된 어느 시를 낭송하다가 누군가를 기어이 용서하기도 합니다
이토록 나다워지는 순간은 예상치 못한 용기들을 낳습니다 그것의 진실한 파급은 타인을 향합니다
호흡하는 것도
시를 노래하는 것도
오늘을 애써 사는 것도
어쩌면 어딘가에 한 걸음씩 나아가 닿기 위함입니다
나답게 잘 닿는다면 힘겹게 서 있어서도 저토록 엄격하게 스스로를 감당하는 목이 긴 새처럼 나를 아름답게 장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겨우 한 뼘 정도 오늘을 사는 가치를 쥐는 셈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