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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떠나는 나그네의 마음처럼

챌린지 1호

by 이숲오 eSOOPo

파란 돌


한 강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은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지혜로운 나그네는 압니다


먼 길 떠날 때 더 서둘러 챙기는 것이 짐보따리보다 마음보따리라는 것을


우리는 어김없이 다시 새로운 여정 앞에 선 나그네가 되었습니다


늘 비슷했을 그 길을 달리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나그네는 지도보다 마음에서 그 힌트를 얻습니다


정답이 없는 먼 여정을 가능케 하는 것은 잠깐의 요령보다 가야 할 절박한 이유에 있음을


그래야 작은 성취에 쉬 교만하지 않고

잦은 헤매임에 조급하지 않게 됩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첫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그것만으로도 나그네의 심정이 됩니다


자잘한 소지품보다 묵직한 마음 챙기기에 분주한 새해 아침입니다


비교불가능한 나만의
여정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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