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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그리워할 시간이야

0995

by 이숲오 eSOOPo
지금의 처지는 그리움의 농도가 결정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제가 돌로 풀을 눌러놓았었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밀어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문태준 <뻘 같은 그리움>




그리움 없이 그곳에 다다른 적은 없다

그리움 없이 누구를 만나본 적은 없다

그리움 없이 무엇을 가져본 적은 없다

그리움 없이 존재가 살아본 적은 없다


모든 것은 그리움이 저지른 고운 만행의 결과이다


지금 숨이 막힌다면 그리움이 바닥을 드러낸 증거


그리움을 그려내거나 퍼올릴 때가 된 것이다


언젠가 나의 졸저 <꿈꾸는 낭송공작소>에서 소년이 낭송의 어려움을 고민할 때 노인은 조언한 바 있다


그리움이 차 오를 때 낭송을 해 보렴


세상 모든 일의 동력은 그리움으로부터 수혈받는다


그리움은 성질이 순박하여 부정적인 요소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악한 그리움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리움만 즐겨 품어도 선해질 수 있다는 건 보너스


스마트폰의 충전상태보다 그리움의 채움이 시급해


우리의 육체는 본디 물질로는 물이 7할 비물질로는 그리움이 9할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움이 목마르다


그리워서 집을 짓고

그리워서 산을 넘고

그리워서 시를 읊고

그리워서 밥을 먹고

그리워서 춤을 추고

그리워서 잠을 자고


너무나 그리워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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