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0번째 영화를 보러갔다
노르웨이 영화로 학교폭력을 다루었으나 학교만 나오고 학생이나 폭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대여섯명의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로 사건이 있었다고 추정할 뿐이다 그것도 피해학생이라고 주장하는 학부모의 구체적 진술에 가해학생의 처지가 더해져 노르웨이식 학폭위가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에 주목하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학교폭력을 다루지만 본질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나는 달리 본다 줄거리에 치중하면 우리 정서와도 빗나가 그닥 공감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불편하게 하지만 상징체계로 보면 유의미한 장면들이 많다
주인곰이 옹호하는 자식은 어쩌면 '현재의 존재'를 상징한다 (아빠를 잃은 아이는 내 신체의 일부에 가깝게 애뜻하다) 현재의 존재가 불시에 공격당한다 그것도 가까운 이에게서
과거의 존재를 가져다가 연결해 공격하고 미래를 어줍잖게 끌어와 현재의 문제에 대안인 척 한다
작은 이기심과 증오가 한 존재의 현재를 갉아 먹는다
또하나의 흥미로운 특징은 소음에 있다
중요하지 않은 대사에서는 주위가 고요하거나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명료하게 전달되는데 반해 정작 진실을 말하는 순간에는 소음이 관여해 방해한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에서 상황이 반전되는 씬에서는 폭우가 내리고 인물들을 열연하지만 관객은 그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그저 표정과 움직임으로 상황을 눈치챌 뿐이다
감독은 언어보다 심리를 전달하는 도구로 소음을 활용한 것이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이냐는 그닥 중요하지도 않고 어느 정도 전개되면 별로 흥미를 끌지 않는다
인간이 진실을 활용하는 태도와 언어가 진실 앞에서 얼마나 무용한 도구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노르웨이 언어는 모르지만 중간중간 번역의 아쉬움은 이 영화의 장점을 가리는 장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