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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다정한 속내

챌린지 69호

by 이숲오 eSOOPo

밀크 캬라멜


하 재 연



나랑 그 애랑

어둠처럼

햇빛이 쏟아지는 스탠드에

걸터앉아서


맨다리가 간지러웠다

달콤한 게 좋은데 왜 금방 녹아 없어질까

이어달리기는 아슬아슬하지

누군가는 반드시 넘어지기 마련이야


혀는 뜨겁고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것

부스럭거리는 마음의 귀퉁이가

배어 들어가는 땀으로 젖을 때


손바닥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면서

여름처럼

기울어지는 어깨를

그 애랑 맞대고서

맞대고 나서도

기울어지면서




그가 다짜고짜 묻는다


왜 제게 글로 다정하세요


나는 머쓱하게 답한다


서로의 글을 세 번 이상 읽고 서로의 글에 세 번 이상 글을 달았으니 우리는 이미 글동무가 된 거죠


밥을 같이 먹지 않아도

차를 같이 마시지 않아도

오솔길을 함께 걷지 않아도


서로의 글을 수줍게 내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서로의 목소리를 은밀하게 듣는 것만으로도 완벽


어릴적 스탠드 아래 꽃편지를 쓰던 감각과 비슷해


쓰다 지우다 쓰다 지우다 서랍에 넣었다 꺼내보다

아침에 눈 딱 감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부치고는


잊어야해

잊.어.야.해.


잊지 않고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그 순수를 추억해 날마다 이처럼 낯 모를 그대에게 쓴다


다정하게

최대한 혼신을 다해 다.정.하.게.


다정하지 않고서는 견딜 도리가 없어서 그대에게 다정하지 않고서는 다가갈 빌미가 없어서 도저히


오늘도 어쩔수 없이
글이 우격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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