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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이 아니라 물들 테야

챌린지 70호

by 이숲오 eSOOPo

황혼병 4


이 문 재



잠 언저리로 샐비어들

가을, 갈바람은 숫돌 같은 바다를 달려와

날카롭구나 잊혀진 것들

피를 흘린다


잠속에서 울었던 울음들이

생선과 함께 마르고 있구나

저녁의 붉은 갯내음 씻으려

소주를 따르다가 다시

잠든다

추락한다


하찮아지고 싶었다

내 그림자만 해도 무거웠다




없음의 무성함이 고맙고 참 고마운 밤이다


어둠은 결코 결핍이 아니었고 차고 넘치는 환희


가로등 아래 윤곽들이 제자리를 지키는 기특함


길을 잃지 않으려면 땅이 아니라 하늘이 친절한


가장자리가 느슨하고 사이사이가 견고해지는


밤은 캄캄하지 허나 까맣지는 않아


가만히 귀를 가져다 대면 점차 맑아지는 주변들


모두가 암순응이라고 하지만 어둠에 물든 탓이다


젖어야 비로소 결을 따르고 곁을 내어 주는 이치


색은 최후의 이별을 위해 뒤춤에 숨기고 선만 주는


그걸 손인 줄 착각해 덥석 잡고는 흔든다


오늘부터 우정의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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