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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이현 Jun 22. 2020

세월호 2020, 남겨진 사람들의 몫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읽고 ( 2014.4.16 이후 세월호6주기 )


이 사건이 있었을 때, 나는 서울 상수동 한 사무실에서 하루에 거의 12시간 이상씩 일하며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TV 속보로 사건을 접했을 때에도,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의아해하면서도 ‘곧 모두 구조될 것’이라 믿으며 당면한 업무에 복귀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눈먼 자들의 나라에 사는 ‘눈먼 자’ 였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조간 신문에 찍힌 사망자 숫자를 보고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박민규의 말처럼, 무엇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게 없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이 있은 후, 우리는 당시의 대통령을 ‘촛불혁명’으로 탄핵시켰고 새로운 대통령을 세웠다. 


그 사이 유가족들은 인간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모욕과 멸시를 매일매일 몸에 새겼다. 


당시 정권 실세들은 대부분 감옥으로 보내졌다. 그리고서도 몇 년이 흘러 지금은 2020년에 와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그리고 왜 476명의 남겨진 사람들을 두고 해경이 끝내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는지. 해경은 단 한 번 배를 댔다. ‘일반인 출입이 원천적으로 통제된 선수 쪽 조타실에서 선원들만 빼 오고’ 두 번 다시 배로 진입하지 않았다. 왜?      


아이들이 배 안에서 의자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구조될 것이라 믿으며 두려움에 우는 친구를 위로하고 있었다. ‘명령의 주체를 예외로 하는’ 비윤리적인 명령에 아이들이 따르는 동안, ‘명령의 주체는 가장 먼저 그 배를 빠져나갔다’.      


배가 침몰한 상황에서도 해경은 적극적으로 구조를 가로막았다. 해군과 119구조단, 민간잠수사들의 투입도 해경은 모두 저지시켰다. 수많은 목숨이 수장되었다.      


그러니까 왜?      


왜 우리는 여전히 이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는 것인가.      


당시의 책임자들이 감옥으로 가고 지리한 법정 싸움을 하고 있지만, 밝혀진 것은 무엇인가.   

   

아무리 우리 손으로 머저리 같은 대통령을 뽑아놨다손 치더라도, 그 대통령이 어디서 무얼 하다 7시간 뒤 나타났는지 여전히 모르겠다손 치더라도, 그 7시간 동안 ‘국가’라는 것은 476명의 목숨이 바닷속에 가라앉기를 수수방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국가’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사람이 한 명만 바닷속에 빠져 허우적거려도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지 않는가? 그런데 왜 ‘국가’라는 시스템은 그것을 손 놓고 있는 것도 모자라 철저히 저지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는 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나와 당신은 여전히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김행숙의 말처럼 ‘질문은 지상의 것’이기에 우리는 계속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상에 남겨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답을 듣지 못한 채 점차 희석되기만 하는 사이, 최순실은 책을 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무고한 영혼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밝혔다. ‘나의 삶’, ‘나의 가족’, ‘순수한 열정을 알아주지 않는 대한민국’, ‘썩은 정치판에서 허우적대다’, ‘끝나지 않은 싸움’이란 목차의 문장들이 눈에 꽂힌다.     


당시 ‘진박’(진실한 친박)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 지상에서 힘이 넘친다.      


세월호에 대한 막말을 서슴없이 한 바 있는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작년에 ‘국회를 빛낸 바른정치언어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21대 국회의원이 되었다. 세월호 단식농성 유가족들을 ‘노숙자’라고 칭하며 ‘여기 국회에서 노숙자처럼 있지 말라’고 말했던 미통당 김태흠 의원도 21대 국회의원이 되었다. 세월호를 ‘교통사고’라 칭했던 주호영 의원은 미통당 원내대표가 되어 얼마 전 여당을 향해 ‘승자의 저주와 권력의 저주를 잊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의 사건을, 여전히 다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도 진상은 지상의 것이 아니다.      


그 사이 안산 단원고 학생의 부모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보는 분열로 망해도 보수는 부패로 망하지 않는다. 

분열엔 의리가 없지만 부패엔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 박민규 <눈먼 자들의 국가>  

   

다행히 진보는 분열하지 않고 표를 모았다. 

그 표는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노란 리본을 기억한다. 

한 개인으로서, 평범한 시민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런 것일 거다.  

    

계속 질문하는 것. 

답을 들을 때까지. 

연민과 분노를 느끼며 여전히 모르겠다고, 부끄럽게 말하는 것.      


세월호 사건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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