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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이현 Jun 26. 2021

더현대

코끝을 스치는 행복

지난주 주말에는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여의도 더현대를 다녀왔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휘황찬란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1층 로비에서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의 건축적 미(美)였다.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 위로 하얀 곡선이 부드러운 층계를 이루고 사람들을 위아래로 천천히 실어나르고 있었다. 천장은 채광이 가득 들어올 수 있도록 유리창으로 설계되어 있었는데,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창살이 덧대어 있어 눈이 어지러웠다. 사람들은 대체로 젊고 어렸다. 그들은 모두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싱그러운 젊음을 누리고 있는 듯이 보였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무결점의 공간에서 나는 지나치게 인간적인 생(生)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반짝이는 것들 사이에서 점점 말을 잃어갔다.     


그때 어디선가 나를 위로하려는 듯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스쳤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코너 귀퉁이에서 와플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을 발견했다. 빨간 체크무늬 포장지에는 ‘딸을 위한 와플’이라고 적혀있었다. 앉아서 먹을 곳도 없이 포장만 가능했으며, 가격은 개당 오천 원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고, 나와 남편은 블루베리 와플과 넛츠 와플을 하나씩 시켰다. 와플의 달콤한 향기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는 이것을 어디서 먹을 수 있을지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인파는 쉴 새 없이 오고 갔다. 테이블이나 의자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할 수 없이 갓 구워진 와플이 온기를 잃지 않기를, 젤라토가 녹지 않기를 바라며 위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위층은 고급식당가였다. 나는 오늘 안에 이 깜찍한 것들을 입안에 넣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어느 모퉁이 구석, 기다란 테이블 바에 사람들이 빼곡히 서서 무언가를 입에 욱여넣고 있는 것을 보았다. 드디어, 내 입에도 무언가를 집어넣을 수 있을 참이었다. 반쯤 녹은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이 허겁지겁 먹었다. 블루베리 와플은 입에 닿자마자 미각을 즐겁게 자극하더니 곤두섰던 신경줄도 느슨하게 만들었. 순간 속절없이 행복감에 휩싸였다가, 빈껍데기만 남은 포장지처럼 금세 허무해지고 말았다.      


나는 얼마 전 갔던 재래시장에서 만원에 다섯 덩이나 주던 떡갈비, 팔천 원에 뚝배기가 넘치게 꽉 던 계란찜과 갈치조림, 밑반찬의 푸짐한 한상차림이 생각났다. 나는 남편에게 이만 집에 돌아가자고 말했다.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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