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시

by 김도영


할매 / 김도영


밭고랑 골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거친 표면 닮아가는 모습
가녀린 목소리 득음의 경지로 바뀌고
반듯한 걸음걸이 어렵게 옮긴다.


자식들 하나하나 먼저 보내고
남은 자식 소식 없이 묻어가는데
오늘도 길 떠난 영감 생각
하루빨리 따라가고 싶지만
오랜 벗들 오늘도 한 집 한 집 모여드니
잠시 또 내려놓고 한세상을 펼친다.


어제의 역사 죄다 펼쳐놓고
자랑하다 흉보다 마당똥개 연애 얘기까지
온 동네 시시콜콜 웃음보따리 내미신다.

또 하루해가 저물어간다.


오늘 밤은 영감에게 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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