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

by 김도영

시계추처럼, 예스맨처럼
간도 쓸개도 다락방에 넣어두고
위의 눈치 아래 눈치 사방팔방 의식하다
나이는 먹어가고, 집에 가도 눈칫밥에
속절없는 소주잔만 기울이다
옆에선 누군가가 자랑스럽게 하는 말
'내가 아이디어 생각했는데~ ~'
한 순간에 빌딩 몇 채씩 짓는 소리에
문득 생각난 내 아이디어…….
혹시 훔쳐갈까 고민 고민
물어볼 데도 따로 없고
말하자니 내 아이디어 사라지고
근심 걱정 일도 안 돼
혼자서만 끙끙 알 타가 이리저리 찾아보니
아이디어사업화연구회에서
조건 없이 친절하게 공짜로 도와준다며
밴드 공지 하나 열고 손님맞이 하고 있네.
모두 다가 전문가라 어지간한 아이디어
이곳에서 도움 받아 하나씩 하다보면
언젠가는 대표이사 명함 파서
눈치만 준 중전마마 구두끈만 매던 친구들에게
떳떳하게 내밀겠네.

미련 없이 던진 사표, 알량한 퇴직금으로
몇 끼 밥그릇 채우며는 이슬처럼 사라지니
하루빨리 자리 잡아 사업성공 이루어야
토끼 같은 마누라와 사슴 같은 새끼들을
책임지고 먹여 살려야 하고,
자유를 찾아서 핸들 꺽으니
돌부리에 걸리는 턱은 많고
자금 돌, 인재 돌, 생산 돌, 관리 돌, 특허 돌, 인증 돌
영업 돌, 마케팅 돌, 정부사업 돌, 디자인 돌, 글로벌 돌
시제품 돌 …….
무슨 놈의 돌들이 이리도 많다더냐

하나하나 넘어가며 치우고 또 치워도
두더지 게임이냐 무엇이더냐
갈수록 산 넘어 산, 생각지 않은 돈은 여기저기 돈 달라 손 내밀고
얘기치 않은 돌발변수 대책 없이 튀어나와
성공 경영 쫒아 다니며 수백 번을 들어봐도
귓구멍이 막혔나, 머릿속은 텅 빈 대나무 속
진짜 도움 될 내용은 저 산 너머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이 답답한 속 풀어내어
어려운 일 해결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주는 월급 받고 살걸
지었던 빌딩들은 허물어진지 오래고
눈앞에 있는 돈 달라는 손들만 나를 반긴다.
어떤 넘은 창업한지 몇 개월 만에
정부지원금 당첨되고, 투자 받고 , 발주 받아
똥차 몰던 이, 벤츠 몰고, 빌빌 거리던 이, 번듯한 사장 행세
눈 찾고 보인 소수가 모두 그렇게 될 줄 알고
무대포로 덤볐다가, 패가망신
쫄딱 비운 소주잔 신세가 되는 걸까?

이왕 시작한 것 그래도 가능성은 있으니
처음부터 사업계획 다시 만들고, 시장 조사 철저히 하여
기술평가 정확히 하고, 선행기술 세밀히 조사하여
특허 출원 우선 하고, 혼자서는 어려운 법
파트너를 잘 찾아서 욕심 버리고, 나눔 법칙 잘하여서
디자인 개발 지원 받고, 기술개발 잘 맡겨서, 시제품 제작 지원 받아
날로 주는 공짜 지원 대한민국 널렸으니 서둘지 말고 하나하나
한 계단씩 올라가며
파는 이가 장땡이라 마케팅 진실 잘 새겨서
적정 이윤 잘 모아서 손익분기점 찾아내어
그때까진 버틸 수 있는지 살펴보고
다음 단계 진행 하면 재벌까진 아니더라도
뜻하는바 이룰지니 실망 말고 주저앉지 말고
오늘도 힘내어서 식사하고 파이팅 하면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무언가가 쌓여 있을 테니
언젠가는 도움 주신 분들께 막걸리 대접 할 수 있을꼬

그 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뛰자꾸나.
아자 아자 파이팅이다.
죽기 아니면 성공하기다.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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