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버스에 오르는데, 한 노인분이 뒤 따라 타셨다. 어르신이 타시자마자 한 아가씨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는 앉으시려다 문득 ,
고마워요
하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 말이 묘하게 크게 들렸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일반석에 앉아있는 젊은이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자리를 내놓으라 하는 노인들을 여러 차례 보았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정말 몸이 좋지 않아 일어나자마자 휘청대는 이도 있었다.
존경, 배려의 의미로 행해지는 선의는 아름답다. 그러나 강요된 선의는 그 순간 얼마나 추해지는가. 나이를 벼슬로 삼지 않는 것, 당연한 것도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는 성숙, 그것이 어른의 품격이 아닐까.
나는 얼만큼의 품격을 가진 사람인가 잠잠히 돌아본다.
2019. 01.31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