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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30. 2019

도시의 무법자

근처의 S기업에서 근무하는 지인과 늦은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바로 옆을 싸이클 하나가 쌩 하고 지나갔다. 그러면서 들으라는 듯 소리를 질렀다.


몇 번을 말했는데 ooo야!


엄연히 보행로이고, 수십 미터 이상 뒤에서 시속 3,40km로 달려오며 하는 소리를 내가 알아먹을 재간이 어디 있으며, 속도를 줄이고 피해가야 하는 것은 본인이 아닌가. 


보아하니 평일 오후에 싸이클을 탈만큼 한가한 3,40대의 남자였다. 오늘따라 치마에, 긴 머리에, 마스크까지 썼더니 이 시간대에 흔히 돌아다닐만한 20대 처자로 생각했나 보다. 잠시 기분이 나쁘려다가,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일이라 바로 떨쳐냈다. 


본인 기준에서는 보행로를 걷고 있는 내가 잘못이며, 그 보행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자신이 잘했으며, 자신의 행차하심을 뒤통수로 알아보고 얼른 길을 비키지 않은 내가 큰 범법을 한 것인가 보다. 사람들은 얼마나 쉽게 자기중심의 논리로 상황을 판단하며, 그것이 상식인양 진리인양 타인에게 그를 강요하는가. 이런 것이야 말로 안하무인의 꼰대 짓이지 않나.


모두가 '상식대로'를 외치는 세상이나, 

이렇게 물어본다. 


당신의 상식은 과연 만인의 상식입니까? 



2019.01.30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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