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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Feb 02. 2019

최고 대학이라는 환상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곳에서 박사 과정 중이다. 죽을 때까지 배우고 싶은 마음과 지혜를 구할 선생을 찾아 간 길이지만, 머리가 다 크고 난 다음 경험하는 대학의 실상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업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교수님들의 권의 의식은 하늘을 찔렀다. 등록금이 아까웠다.


그러나 유일하게 다시 공부하러 가기 잘했다 싶은 것은 학교 도서관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을 빼고는 장서 보유율이 가장 높지 않을까 가늠해보는 서가와 새로 지어 최신식 설비를 자랑하는 열람실 공간은 이 대학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아직까지도 책의 숲으로 걸어 들어가노라면, 가슴이 설렌다. 스스로는 이 도서관 사용료를 내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있다.


한편 학부라면 이 대학을 다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넓은 캠퍼스와 다양한 전공의 학생, 그리고 반드시는 아니나 그렇다고 생각되는 최상위의 교수진 등. 그러나 사회에서 부댖기며 느끼는 이 대학의 가치는 사실 이 대학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자신들만의 카르텔이다.


가장 공부를 잘하는 이들이 모인 만큼 정, 재계를 이끌어가는 이들이 대부분 이 대학 출신이고, 학부 때 만난 친구들이 좋은 것은 현재 아무리 사회적으로 한 자리들씩 하고 있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던 천둥벌거숭이 때의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건 도움을 받을 기회가 많고, 무언가를 할 기회도 제일 먼저 주어진다.


그러나 이 대학을 나오는 것이 성공을 보장해주느냐와, 과연 이 대학 출신들이 가장 뛰어난 가는 다른 문제이다. 다를 잘난 사람들이다 보니 교만이 하늘을 찌르거나 사회적 협력을 못 이루는 경우도 많고, 스스로는 불행해하는 경우도 꽤 보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SKY 캐슬'은 이 대학 최고 학과를 들어가기 위한 어마어마한 노력과 술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우리 사회의 병폐를 드러낸 바 있다.


대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배우는 곳이다. 이름을 따 오는 곳이 아니다. 어느 대학을 다녔건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일하고 있다면, 좋은 대학이고 성공한 삶이다. 대학의 평준화를 주장하지는 않으나, 전반적인 교육의 질적 향상, 이름 아닌 내실에 주목하는 교육기관이 되기는 바란다.


가 보니 별 거 없더라. 최고 대학.

가 보니 별 거 있더라. 최고 도서관.


2019.02.02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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