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니 Feb 03. 2019

결혼은 미친 짓일까

비혼 여성으로서 결혼에 대해 가끔 생각한다. 가만히 돌아보면 의외로 결혼이라는 화두가 내 삶을 지배했던 적은 없다. 주어지는 매 순간을 온 마음으로 살아내었고, 덕분인지 우리 사회가 정하는 몇 살에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갖추고 하는 것들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사랑에 빠져 보았고 결혼을 고려해본 적도 있지만, 사랑의 결론이 반드시 결혼으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고, 이 땅에서 흔히 보는 결혼생활의 양상이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았던 듯하다. 흔히 이야기하듯 타이밍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 사람이랑 함께 산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 이가 둘, 셋쯤 있기도 했으나, 미묘한 타이밍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결혼에 대해 어떤 면에서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시절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친구는 프랑스인이었는데, 나는 이 가족과 두 번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함께 보내었다. 플라비의 언니와 남자 친구는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살았고, 두 번째 크리스마스 때는 둘 사이의 아이를 데리고 왔다. 프랑스에는 법률적으로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동거인으로 부부와 동일한 사회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팍스'라는 제도가 있다.


독일로 유학을 떠나 현지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사는 대학 친구도 하나 있다. 두 사람은 법적인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회는 동거인으로 두 사람을 인정하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서류상 증빙된 가족과 동일한 혜택을 받고 자란다. 친구는 올해 둘째 아이를 가졌다.


내가 본 가장 유쾌한 결혼은 무용가 홍신자 선생님의 결혼이다. 마흔 살에 12살 연하의 화가와 결혼한 적이 있는 선생님은 70살 때 한 살 연하의 독일인 교수님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결혼식은 제주도에서 '홍신자 시집가는 날'이라는 작은 축제로 이루어졌다.


특별한 결혼도 많이 보았고, 사회에서 말하는 적정한 나이와 조건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결혼도 많이 보았다. 대표적으로 나의 언니는 29살에 결혼해 아이 셋을 낳았고, 전문직 종사자로 계속 일을 하며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다.


결혼의 유무도 시기도 선택의 문제이다. 비혼을 지향하다가도 마음이 바뀌어 결혼을 해도 좋고, 안정적 결혼 생활을 하다가 각자의 삶을 걸어가는 것이 낫다 싶으면 결혼을 졸업해도 무방하다. 삶의 형상은 사람의 머리수만큼이나 다양하며, 그 모든 것이 옳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결혼한 이들과 비혼들의 건강한 삶을 응원한다.


2019.02.03 서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