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절증후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이십 대 중반 유학을 떠난 것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명절에도 집에 없는 사람이 되었고, 귀국을 한 뒤에도 부모님은 명절 때 집에 내려오는 것을 딱히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결혼을 한 것도 아니니 음식을 하러 가야 할 시댁도 없다.
회사생활 내내 명절에도 일하는 영광을 안았으므로 딱히 그 해방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다, 독립 후엔 드디어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차분해진 서울을 누비는 호사를 누렸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아주 특별하진 않다. 개인사업이라는 것이 휴일도 일하는 날이고 평일도 쉬는 날이 될 수 있다 보니, 쉬는 날에 대한 감흥이 딱히 없는 것이다.
추석이나 설이면 결혼한 여성들과 미혼 남녀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이때 즈음 이혼율 역시 최고조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명절증후군은 확실히 심각한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이다. 오죽하면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김영민 선생님의 칼럼이 어마어마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겠는가.
사회적 관계망들은 서로를 보살피고 더욱 행복하기 위한 것이지, 사람을 옥죄고 고통스럽게 속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남보다 못한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가 가족주의의 사회이다 보니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은 하위 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고,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나 의식이 깨어있는 세대들도 부모 세대들이 주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본다.
본질은 무엇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행복한 개인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이룬다.
명절이란 무엇인가.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수많은 날들 중 하루일 뿐이다.
2019.02.04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