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니 Feb 06. 2019

故구본준 기자님을 기억하며

건축계에서 비 건축인으로 아주 큰 존재감을 가졌던 이가 있다. 바로 구본준 기자님이다. 한겨레신문 기자셨던 구기자님은 비전공자임에도 건축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건축계와 일반인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셨다.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풀이한 건축 관련 기사를 많이 쓰셨고, 건축과 관련된 대중서도 여러 권 내셨다. 건축계로써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다.


인품이 특출 나게 좋으셔서 많은 건축가들과 사적인 친분도 깊었다. 주요한 건축계의 모임에 초대되시는 일이 많았고, 종종 사적인 모임에서도 함께 즐겁게 술 한잔을 기울이셨다. 모두가 좋아하는 호인이었다.


그러했기에 몇 년 전 구기자님이 베니스 출장 중에 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우리는 모두 망연자실했다. 다들 잘못된 소식이겠지 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러나 우리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다음 날 한겨레 신문에 부고가 떴다. 사인은 무호흡증이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빈소가 개설되고, 너 나할 것 없이 모두 비통한 마음을 안고 마지막 모습을 뵈러 달려갔다. 추도객의 줄은 길게 이어졌다. 장지에 모시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추도의 날들이 이어졌다.


사실 나는 구기자님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편은 아니다. 평소 구기자님의 담백한 글을 좋아했기에 두 번째 책 '집을, 여행하다'를 내며 추천사를 부탁드렸고, 구기자님은 책만을 읽고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마음이 담긴 추천사를 써주셨다. 그를 계기로 따로 뵙고 차 한잔을 나누었다.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원래는 식사를 하기로 했지만, 서로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그러지를 못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되었다.


이후 한겨레를 일 년간 휴직하시고, 유럽으로 출장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내가 그리워하던 이탈리아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리시길래 SNS로 안부인사를 전했다. 구기자님은 '오랜만에 오니 너무 좋다'며 반갑게 답하셨다. 부고를 들은 것은, 바로 그다음 날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2014년 11월 12일에 멈춰 있는 구기자님의 SNS 프로필은 이렇게 쓰여있다.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추리 동화 짓기,
골목길에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그리고 건축 만화 스토리 쓰기.
세 가지 꿈 중 하나라도 언젠가는.




당신을 보내고, 언젠가 꼭 이 꿈을 대신 이루어 드려야지 다짐을 했었다.


어느 영화에선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만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했다.

당신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산다.


평안하시길.

그곳에서 근사한 추리 동화를 쓰고 계시길.


2019.02.06 서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