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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Feb 11. 2019

우리 동네 탐 앤 탐스

종종 가는 동네 카페는 탐 앤 탐스이다. 브랜드 커피숍 보다야 공간과 커피 맛 모두 개성 있는 독립 카페를 선호하지만, 아쉽게도 동네에는 홍대나 성수동처럼 썩 괜찮은 카페가 없어 택하는 차선이다.


자주 가는 카페에는 자연스레 선호하는 자리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 자리에 앉기 위해서라도 조금 이른 시간에 가는 편이다. 오전 이른 시간에 카페에 가면 늘 보이는 어르신이 하나 있다. 창가의 같은 자리에서 항상 사전과 노트를 펼쳐 두고 열심히 공부를 하신다. 사실 공부인지, 글쓰기인지는 확인할 바는 없다.


어쨌든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시는 듯한데, 한참 내 일을 하다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으시다. 아마도 딱 몇 시간만 매일 이곳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정해두신 듯하다.


그분을 보며 나의 노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삶의 형상 중 한 단면은 평생 배우는 사람이기에 아마도 저 나이 정도까지 살아있다면(?) 나도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평생 배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확실해진 것은 페루지아에서 언어대학을 다닐 때였다. 일 년 간의 상주 여행을 결정하며, 당연히 그 땅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언어 대학에 정식으로 등록을 했다. 이탈리아에서 사립 학원이 아닌 정식 언어 대학이 있는 도시는 페루지아와 시에나 두 곳이었기에, 전 세계에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모였다. 에라스무스 교환 학생이나 이탈리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온 젊은 친구들은 물론 휴가 차 오는 노인분들도 많았는데, 조디와 마이클 커플도 그중 하나였다.


미국의 한 대학 교수로 은퇴한 마이클 커플은 휴가를 겸해 이 곳 페루지아에 왔다. 그러나 이들의 공부에 대한 열성은 젊은 이 못지않아 완벽한 숙제와 복기는 물론 수업시간에 가장 열성적으로 질문을 퍼붓는 학생이 바로 이 둘이었다. 다른 문화나 세대에 대한 관심도 많아 나를 비롯한 다양한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반에는 이들 외에도 비슷한 나이의 만학도들이 꽤 있었다.


그들을 보며 노년도 저리 생동감 넘치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시기이구나 알았다. 노년기는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만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계속 자랄 수도 있는 시기이다. 성장의 끝은 사실 그 누구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계속 배워나갈 때,

육신의 나이와는 관계없이,

우리는 청춘에 머문다.


2019.02.11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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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동네 카페로 시작해, 청춘으로 끝나는 묘한 글쓰기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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