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야기꾼이라면 듣기 때문이에요. 내게 있어 이야기꾼은 전달자에요. 국경에서 밀수품을 받는 사람과 비슷하죠. 이야기는 시도 때도 없이 옵니다. 잘 듣는다면 말입니다.
-존 버거
항상 이야기에 사로잡힌다. 건축도, 여행도, 연극도, 글쓰기도 모두 이야기의 문제이다.
이야기는 사실의 전달이기도 하고, 때로 상상력의 창작물이기도 하다.
존 버거는 이야기꾼의 재능을 잘 듣기라고 말한다. 내가 쓴 여행의 기록 역시 잘 듣고 관찰하는데서 시작되었다. 얼마나 잘 듣느냐에 따라 이야기꾼이 되느냐 아니냐가 결정된다.
잘 듣는다는 것은 언어의 습득에도 영향을 끼친다. 학창시절 배운 외국어로 세상을 잘 누비며 살아왔고, 외국인 특유의 억양이 없다는 얘기를 종종 듣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잘 듣는데서 비롯되었다. 이탈리아어를 한창 배울 때도 친구 하나가 '너는 좋은 귀를 가졌구나'라는 말을 해주기도 했는데, 실제로 나는 언어를 글로 배우기 보다는 귀로 배운다.
집 여행을 다니며 종종 청자가 되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였고, 그 이야기를 잘 간직했다 먼 옛날 나그네들이 길 위에서 주운 이야기를 선물하듯 다시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었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게 하나의 곡진한 이야기이다. 종종 그 이야기의 청자가 되어 숨죽여 듣기도 하고, 때로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그 시간들을 함께 살기도 한다. 내 삶의 8할은 이야기이다.
삼천포로 빠졌지만,
결국은 이야기다.
2019. 01. 04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