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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05. 2019

현장에서_학교#1

이번 학기엔 이론 강의를 포함한 세 개의 강의를 맡으면서, 굉장히 메일을 많이 받았다. 160명이 넘는 아이들의 메일에 일일이 답하긴 어려운 일이라 가능하면 수업 전후에 문의할 것을 당부했지만, 여전히 많은 메일을 보내왔고, 그 중 필요하다 싶은 것은 꽤 긴 답장을 하기도 했다. 보낸 답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평소 생각하던 것이 들어있어 그 일부를 기록한다.                                               

                                                               



안녕하십니까 00대학교 예술과 건축 수강생이었던 00학과 5학년 000입니다.

사실 마지막 수업을 듣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에 인사차 메일이라도 인사를 드리고 싶었으나, 변명으로 비춰질까 조심스러웠습니다. ^^. 


다만 지금은 교수님이 여러 차례 언급하셨던 알쓸신잡3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어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사실 시즌1을 보고 시즌2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어서 제 개인적인 정서와 어딘가 안맞는 것인지, 개인의 생각이 정설인듯 이야기 하는것 같기만 하는것 같아 보지 않았었습니다.

교수님의 계속된 추천으로 다시 보기 시작하면서 학술적, 철학적, 인문학적으로 한 회, 한 회 조금씩 배움을 느끼면서 이상하게 교수님 말씀이 생각이 나서 이렇게 메일 보냅니다. ^^


김상욱 선생님의 물리학에 대한 열정들, 사회가 익명성과 포용성이 있어야하는데 한국이, 한국의 아파트가 익명성이 보장되는곳이며 도시나 사회에서 포용력이 부족하고, 그런 상황에서 포용당하지 못한 계층들이 인터넷상에 모인다는 이야기들이 어떤 공간, 광장의 장소들로 떠올랐고, 김영하 선생님이 방송에 참여하기전에 만나는 사람들을 알기위해 다른 맴버들의 저서를 읽고 오는 태도(attitude)등을 배워가면서 잘 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이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 자취방 짐을 싸면서 보는 와중에 메일을 쓰고있습니다. (하하;)

몇몇 사조에 대해 배우고싶어 수강신청을 하였지만 발표가 수업이고, 결국 내가 궁금한거를 직접 공부해야 한다는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한학기의 절반은 사조와 철학책을 끼고 다니면서 그 안에 젖어 살 수있었습니다. (발표 수준이야 어찌되었든.. 마지막 발표라서 가능했습니다. ^^)


발표에 대한 아쉬음, 보고서에 대한 아쉬움, 없을 수 없지만  궁금하던 하나의 사조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한 학기 동안 설계반과 교양수업까지  고생하셨습니다.


000 드림



                                                                                                                                  

00군에게


마지막 수업은 예술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었는데, 비슷한 나이대의 이야기라 들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테고, 개인의 선택이니 변명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


알쓸신잡 시즌1의 팬으로, 저 역시 시즌2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000 교수님의 이야기가 같은 분야의 사람으로 동의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시즌 3은 수업 내용과 관련있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고, 균형잡힌 담론이 흥미롭게 펼쳐져서 권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어디에서든 큰 힘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4학년 스튜디오에서 공동주택을 다루면서, 저 역시 커뮤니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도시공간과 서양의 도시공간의 가장 큰 차이로 광장을 많이 드는데, 유럽에서 몇 년을 보내면서 이 광장 문화의 힘을 직접 경험했었어요.

결국 물리적 공간과 더불어 사회 문화적인 성숙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직은 갈 길이 먼 듯합니다.

관심이 있다면 제인 제이콥스의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란 책을 추천해 보아요.


'태도'의 가치를 발견하였다니 반갑습니다. 지금 정도의 나이가 되니, 모든 것은 결국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어떤 문제나 상황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고, 그런 면에서 마음 자세라는 것은 재능이나 능력을 뛰어넘는 가치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수업 시간에 굳이 잔소리를 했던 것은 그런 맥락에서이고요. 


저는 건축을 공부하는 것이 좋았던 이유가 스스로 찾아하는 공부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관심가는 것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 그 지식이 진짜 의미에서 내 것이 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는 하나의 터로 존재하고, 선생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것을 돕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준비기간을 마치고,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었네요. 

그 모든 시간들을 온전히 살길, 그리고 누리길 바랍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힘찬 출발 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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