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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05. 2019

현장에서_학교#2

학기 중반쯤 타과 학생으로부터 우울증이 심해 수업에 나오지 못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마음 한 켠이 덜컥했다. 이론 강의 하나를 가르칠 뿐인 내가 과연 이 친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저 마음을 들여 답글을 쓰는 것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그 다음 주에 다시 수업에 복귀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좋은 학점을 받아갔다. 

(내용의 성격상 받은 메일의 내용은 기록하지 않습니다)




                                                                                                                                    

00 군에게


메일 잘 받았습니다. 

괴로운 시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 접했지만 00군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에 도전해 보겠다는 의지였습니다. 


도전의 결과들이 늘 만족스럽지는 못하겠지만, 

피하는 대신 부딪혀보는 시도들은 늘 그 안에 성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시지프스의 신화에 나오는 돌 밀어올리기와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돌을 밀어올리지만, 종종 돌은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지요. 

그 결과만을 본다면 우리의 삶은 허무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정상까지 올라가기의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땅 위에 피어난 예쁜 꽃 한 송이를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 같은 무게의 돌을 밀어올리고 있는 동료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연약한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이

그 과정 중에 발견한 짧은 기쁨들에 위로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삶은 기쁨으로 가득한 것이기도 합니다. 


타인이 보기엔 너무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의 삶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픔과 상처가 있습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다행히도 우리 모두는 그 힘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을 잘 살펴보고, 잘 도닥여 주세요. 

남의 눈, 세상의 잣대로 나를 비교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어제의 나보다 아주 조금 더 나아졌다면 마음껏 칭찬해 주어도 됩니다. 


너무 높은 목표를 두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아주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는 기쁨들을 누려보기 바랍니다.

그 작은 성취들이 쌓여 어느새 훌썩 커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00군의 제출물과 출석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결석은 2회였고, 지금까지 낸 과제들은 평균 이상이었습니다. 

결석은 4회까지 허용이 되니, 나머지 출결을 잘 관리해서

지금까지 노력한 결과를 추수하길 바랍니다. 


00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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