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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11. 2019

Untitled #07


Adrian Nivara, Mexico



에드리언은 석사 과정때의 친구이다. 그도 나와 같이 건축가로 일을 하다 뒤늦게 공부를 하러 온 경우였는데, 쾌활하고 다정한 성품이라 자연스럽게 친하게 되었다.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애드리언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그가 만들어준 멕시코식 저녁 식사이다. 그의 요리 솜씨를 맞본 처음 맛본 것은 몰레Mole였다. 가까운 친구 몇을 초대해 만들어 주었던 몰레는 달콤한 초콜렛과 매운 칠리가 함께 들어간 그제까지 먹어본 맛의 영역을 넘어서는 요리였다. 이어 후식으로 나온 소금과 고추 가루가 뿌려진 오렌지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가 차려놓은 낯선 이국의 풍경들이었다.


애드리언은 종종 우리집으로 출장 요리를 나와 주었다. 추운 겨울에는 치킨, 토마토 야채스프에 치즈를 넣고 오븐에 구워낸 뜨거운 스프를 만들어 주었고, 멕시코식 타코는 반죽까지 미리 만들어 와 맛보여 주었다. 이 요리를 할 때면 어머니들은 자리에 앉을 새가 없다는 그의 아야기 덕분에 멕시코 요리들은 손이 많이 가는 것을 알았다. 당연히 하나의 민족으로 생각했던 멕시코 사회가 사실은 흑인, 원주민, 백인으로 나뉘고 여전히 피부 색에 따라 사회적 차별이 크다는 것을 안 것도 이 저녁 식탁에서였다.  


나는 그렇게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들을 내가 만난 이들을 통해 배웠다. 그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낯선 한 나라에 불과 하던 곳은 내 친구의 나라가 되었고, 내게 소중한 곳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식탁위의 따뜻한 국물과 든든한 밥 알갱이와 함께 나누어졌다.  


애드리언은 몇 년 전에 한국에 왔다 갔다. 일본도 중국도 가보지 않은 그는 예외적으로 한국을 첫번째 아시아 여행지로 택했다. 그는 내 도움 없이도 이곳을 활보하고, 나와 짧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을 즐거워하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해내며, 그것을 서슴없이 표현하는 그 모습은 내가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온 가족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는 그, 언젠가 그들이 한 식탁에 모여 애드리안의 요리를 맛볼 수 있길 바란다.  


고마워, 애드.

너로 인해 나는 타국 생활의 허기를 덜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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