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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15. 2019

감탄의 힘

친구 중에 툭하면, '아름답다!'라는 감탄사를 던지는 녀석이 있었다. 대학시절 SA Workshop이라는 국제 워크샵에서 만난 친구였는데, 환경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였다.


그 해의 SA Workshop은 'Pusan in Asia'라는 주제로 여러 개의 스튜디오가 구성되었고, 우리 반의 튜터는 Sand Hesel 이라는 호주 RMIT에서 온 교수님이었다. 멤버의 구성 역시 다채로와서 전국에서 건축, 디자인 관련 전공의 다양한 학년의 학생들이 모였고, 이후 독일, 네델란드,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 사람, 설계 사무실로 간 사람, 건설회사에 간 사람, 한옥 기사가 된 사람 등 다양한 길을 선택했다.


이 멤버를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은 보기 드물게 모난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인데,  서로를 좋아해서인지 꽤 오랫동안 교류가 이어졌고, 십오 년 이상 지난 지금도 여러 경로를 통해 가끔씩 소식을 듣곤 한다.


지인은 디자인을 전공해서인지 흔하게 만나던 건축 전공자들과는 다른 면이 많았다. 사고가 훨씬 자유로웠고, 감성적이였고, 한편으로 허술했다. 나와는 다른 이 친구를 무척 좋아했던 것은, 한 번씩 툭툭 내어뱉고 하던 '아름답다!'라는 감탄사 때문이다.


무언가 멋진 아이디어나 생각을 들었을 때,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어 왔을 때 지인은 아무런 질투나 견제없이 눈을 반짝이며, '아름답다!'라는 감탄사를 뽑아냈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사심없이 누군가를 칭찬할 수 있는 여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사랑. 그 삼박자가 어울어져 그 감탄에는 상대를 격려하는 힘이 있었다.


간혹 저도 모르게 '아름답다!'를 외치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이 말이 지인에게서 온 것임을 안다. 좋은 것을 좋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용기를 필요로 한다. 또한 감탄할 줄 안다는 것은 아직 생생히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좋은 것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회이길,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가 되는 우리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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