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그동안 업무를 해오며 느껴왔던 이야기들을 그녀에게 건네면서 뚜렷한 해결책이 있을 거라고는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내가 그간 얼마큼 힘들었는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업무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걸 그녀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공감의 말들 정도가 오고 가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친절한 말투로 내게 30분가량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모든 말들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은 그녀의 말들...
"선생님께서 밤 11시 12시 보내주시는 그날 수업에 대한 브리프 내용들 그냥 당연하듯 받지는 않았어요. 선생님 성격이 미루는 걸 싫어하셔서 그날의 기록을 잊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하시나 보다 생각했었고, 그게 너무 힘이 드시다면 그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셔서 작성하세요. 하지만 브리프는 그다음 날 학부모들에게 전송하는 게 원칙이기는 합니다.
선생님이 몸이 너무 아프시거나 바로 전송하기 어렵다면 학부모들에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조금 늦추는 방법도 있어요. 어느 정도 선생님에게 신뢰가 쌓여 다들 이해하실 거예요. 그리고 어떤 고민과 결정에 대해 원장을 떠나 언니처럼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하시는 걸 수도 있을 텐데 원래 사람은 힘든 일에 부딪히면 도망가거나 회피하는 방법을 우선순위로 택하게 된다고 해요. 그중에 하나가 퇴사겠지요.
선생님이 그간 프리랜서로 일해오시다 지속적으로 공백 없이 업무가 이어지니 거기에서 오는 힘든 게 있으실 수도 있을 거고, 선생님이 잘못되었단 뜻이 아니라 미혼인 사람과 가정이 있는 사람의 차이도 있을 테고, 아무래도 가정이 있으신 분들은 거기에서 오는 또 다른 책임감들이 있더라고요.
또, 항상 아이들에게 같은 에너지로 수업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제가 지금까지 잘 지켜오는 것 중 하나가 늘 같은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감정기복 없이 생활하는 거예요. 선생님 또한 기복이 크게 없으신 분 같아요. 하지만 매일 어떻게 사람이 100이라는 에너지를 가득 채워 생활하겠어요. 100이라는 에너지에서 갑자기 50으로 떨어지는 것보다 70 정도 같은 에너지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선생님 속도 자체가 빠르진 않아서 더 업무가 손에 익혀지면 점점 빨라지게 될 거라 생각해요...." 등의 말이었다.
그저 황당했다. 그냥 주는 보상에 비해 업무 시간과 강도가 높다는 이야기였는데 그에 대한 답이 결국 업무 속도가 느리고 미혼이어서 책임감이 적은 내가 지속적인 업무가 처음이라 버거워 회피하며 자책하는 방법을 택했고, 브리프 밤늦게까지 보내라고 한 적도 없었는데 그 또한 미루기를 싫어하는 내가 늦게까지 해서 보낸 거뿐이며, 항상 에너지 100을 유지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적당한 에너지를 꾸준히 지닐 줄 알아야 한다.라는 답을 들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저렇게 단언할 수 있지...? 나라는 사람을 고작 얼마나 겪었다고 나 조차도 모르는 나에 대해 마치 다 훤히 들여다보고 안다는 듯한 그녀의 말 들은 그녀와 나 사이 철저한 보이지 않은 벽이 있음을 더 와닿게 했다'
그렇게 황당하고 마음 지치는 상담이 끝나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한계에 다다르면 퇴사하고자 하는 결정만 말하자 그 외에는 업무와 관련된 어떠한 고충과 내 개인적인 이야기조차 그녀와 나누지 말자' 하고 말이다.
답정녀인 그녀와 이야기한들 내게 무엇이 남겠는가....?
그렇게 마음도 몸도 지친 여름 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슬기로운 학원생활이 되는 걸까....?
그녀의 말대로 정말 나의 문제인 건가...?
아니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해져 버린 환경의 문제일까...?
오늘도 나만의 고민만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