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학원생활 10

이렇게 일 하는 게 정말 맞는거야?!

by 굿 리더 히꾱

이 학원의 특징은 겨울학기만 4세 수업을 한 학기 열어서 봄학기에 5세 수업을 등록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5세 수업 일정이 꽉 차 있어서 마음이 조급했는지 그녀는 새로 온 신입 선생님과 4세 수업을 맡아서 진행한다고 했다.

물론 나도 4세 수업을 한 반 맡아서 일주일 수업 일정이 꽉 차고, 인원도 풀이었다.

'그래 겨울 학기만 ... 이 악물고 버텨보자 ... 아이들 6세까지만 잘 올려보내고 이 학원과 Good Bye 하는거야' 들리지 않는 내 마음속 소리가 하루 하루 새어나왔다.

겨울 학기는 물류도 복잡하고, 수업 준비할 것도 많아 매주 수업 준비와 진행이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신규 체험으로 등록한 아이들고 기존 아이들과 한 반에서 적응하며 별일 없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더 신경쓸게 많았다. 기존 아이들은 이미 나와 규칙이 잘 잡혀 있는데 다시 새로 등록한 아이들이 반에 투입되면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또 다시 리셋되기 쉬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잡혀있던 규칙이 다 무너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만의 룰로 '기다림과 마음 읽기'를 도입해 최대한 아이들을 통솔하며 하루하루 별탈없이 수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5세 수업만으로도 머리가 깨질듯 정신이 없는데 그녀가 내게 건넨 요구사항은 날 더 숨막히게 했다.

"선생님 작년에 4세를 맡아주신 분이 선생님이셨고, 4세 수업을 해야 5세등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 선생님 봄학기를 위해서니까 신입 선생님과 제가 4세 수업 준비하기 전에 물류 준비와 사전 브리프 작성 그리고 세미나 진행 등을 선생님이 메인으로 진행해주시면 좋겠어요."

'이건 뭔 멍멍이 소리인가?' 얼굴에 대 놓고 욕 한사발 해주고 싶었지만. 내 입을 더럽히고 싶지도 않았고, 욕할 기운도 없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왜 내가 그들 수업 준비까지 해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몇주 후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내 생각을 건네봤다.

"원장님 그런데 저는 지금 5세 수업을 풀로 진행 중이고, 4세 수업은 한 반밖에 맡고 있지 않은데 처음으로 진행하는 선생님이 브리프를 작성하고 물류 준비해야하는 거 아닐까요? 제가 하게 되면 저는 4세 5세 수업 준비 및 판서와 브리프 그리고 물류 준비까지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요."

사실 기대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그녀는 또 다시 내게 어이없는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지금 5세 수업이 꽉 차서 선생님 대신 저희가 4세 수업을 진행하게 된 거고, 선생님이 이미 한 번 해보셨으니까 제일 잘 알고 계시니까 물류 준비를 좀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브리프도 선생님이 메인 키를 잡고, 작성하고 진행해주셔야 신입 선생님도 참고 하시기 좋으실 것 같아요." 기타 등등

그냥 한마디로 나보고 하란 소리다.

그녀의 말은 정말 앞뒤가 안맞는다.

내게는 작년에 이렇게 말했었다.

'수업을 처음 진행하는 선생님이 메인으로 브리프도 작성해보고 물류도 원장이 찾아주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야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흐름이 잡힌다나 뭐라나? 그렇게 떠들었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또 해본 사람이 메인으로 해야한다?

역시나 답정녀인 그녀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당장 퇴사가 아니면 그냥 그렇게 하는 수 밖에 ...!!!

그래서 매주 나는 몇 배로 지쳐갔다. 4-5세 수업 준비와 브리프 작성 그리고 수업준비 또 세미나 숨 돌릴틈 없이 잊고 있던 공황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만큼 너무나 버거운 하루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뇌가 쉬어야 한다고 스스로 사고를 멈추게 해서 멍 때리게 하는 기분이랄까...?

몸에서도 힘이 점점 빠져나간다.

이젠 버틸 악도 남아있지 않고 ...

나 정말 이렇게 일하는게 맞는건가..?

정말 그녀의 말대로 내 성격이 나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는건가 ...?

내게 주어진 부당한 업무가 많은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든 업무의 지옥인가?

아니면 지금 이 순간도 그녀의 가스라이팅에 놀아나고 있는 것인가?

정신 차려야 한다. 정신차리자! 그리고 생각하자!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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