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으로 가는 길

나의 단 잠을 깨우는 건 전화 한 통으로 충분했다.

by 굿 리더 히꾱

예쁜 꽃들도 다 지고 푹푹 찌는 여름이 시작되었다.

시달리던 모든 일들을 다 정리하고 난 깊은 여름잠에 빠져버렸다.

오늘도 그냥 하루 종일 잠만 청하고 싶어 깨어나는 나의 모든 세포를 억지로 잠재우고 있을 때

무음으로 해두는걸 깜박한 채로 나 뒹굴고 있던 내 핸드폰이 요란법석하게 울려댔다.

"음..... 어우... 서아? 야! 이 계집애야. 전화 한 번해서 안 받으면 문자 남기면 되지 뭘 그렇게

연달아 전화를 해대는 거야? 무슨 일이라도 났어?"

"야! 너야말로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잠을 막 깬 목소리로 받는 거야? 아예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로 작정한 거야?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고 너 요즘 일 안 나가지?"

"퇴사한 사람 아픈 데 꼭 찌르는 거냐? 뭘 알면서 또 물어?"

"날카롭기는 다른 게 아니고 갑자기 미국에 사는 시부모님이 편찮으시다 연락이 와서 남편하고 한달 정도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휴가나 워차를 낼 수 있는 직장인도 아니고 어엿한 캠핑장 사장 아니냐 남편은 휴가를 내고 간다지만 나는 발이 묶인 상황인데 내가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캠핑장 문을 닫고 가자니 이미 받은 예약 손님들이 있어서 말이지... 너도 알다시피 지금 성수기 아니냐?"

"어우~ 야 용건만 요약정리해서 말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아픈 너희 시부모님 쾌차하시라고 응원해 달라는 거야?"

"아니~ 그니까... 너 한달만 우리 캠핑장 좀 맡아주라 아르바이트생도 있어서 도와주는 친구들이 기본적인 건 할 거고 너는 내가 알려주는 중점적인 운영만 익혀서 한달만 맡아 관리해 주면 돼. 부탁한다 친구야~ 내가 너 말고 누구한테 이런 부탁을 하냐 내 재산을 맡기는 거나 마찬가진데~"

"뭐라고? 아 못해. 내가 집도 아니고 캠핑장을 그것도 한달이나 되는 기간 동안 어떻게 맡아 운영을 하니?"

"야~ 너 캠핑도 다녀봤고~ 별거 없어~ 그냥 예약 온 손님들 받아주고 기본적인 응대랑 운영만 해주면 되는 거야 그리고 공기 좋은 곳에 있으면서 너도 좀 동굴에서 나와서 힐링 좀 하고 아! 그리고 공짜 아니야. 내가 서운하지 않게 잘 챙겨줄 테니까 여행 온다 생각하고 좀 부탁 좀 하자 친구야. 나 늦어도 최소한 3일 뒤에는 출발해야 해."

"아우~~~~~~~ 진짜! 그렇게 부탁할 데가 없어? 그래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데?"

"그러지 말고 지금 바로 씻고 간단한 짐 챙겨서 우리 캠핑장으로 내려와"

"지금?"

"그래... 어차피 할 거 1시간이라도 빨리 익히고 배우는 게 낫지 안 그래? 저녁해 두고 기다릴게 지금 출발하면 너희 집에서 우리 캠핑장까지 1시간이면 오니까 서둘러 이따 보자 사랑한다 친구야 끊는다 도착할 때 전화 줘."

서아는 사회에서 만난 오래된 친구다. 코로나 시국에 직격탄을 맞아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그동안 노하우와 경험을 묻혀 버리기 아깝다면서 남편 시부모님이 미국 가시기 전 사시던 땅에 그동안 모은 돈과 대출까지 받아 영혼 탈탈 털어 캠핑장을 열었다.

'아휴~ 그래 뭐 집에만 있어서 뭐 하나 코에 바람이나 넣고 오지 뭐 으~~~ 온몸이 왜 이리 아픈 거야?'

무거운 온몸을 겨우 이끌고 씻는 둥 마는 둥 씻은 채 간단한 짐만 챙겨 캠핑장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내 앞에 펼쳐질 일들을...

하지만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들은 그 어떤 풍경들 보다도 평화롭고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