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결정해야 할 때이다 !
봄학기가 지나가고 이 학원에서 두번 째 맞는 무더운 여름 학기를 벌써 지나가고 있었다.
학원은 공휴일에도 수업이 있는 대신에 일년에 4번정도 방학이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반차 월차 개념이 없기 때문에 평소에 쉽게 아플 수도 없는 극한 직업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방학 기간은 아니었지만 공휴일들 수업을 미리 다 진행하고 몇일 간 수업이 없게 되어 휴가 아닌 휴가가 생겨났다.
한달 정도 지나면 9일간의 여름 방학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난 여름 방학보다 곧 다가올 가을 학기가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고, 가을 겨울 학기는 체험 이벤트 기간도 있고, 수업 준비가 더 많기에 지금 퇴사를 선택을 하지 않으면 겨울학기까지 2년을 더 채우는 것이고, 지금 퇴사를 선택하게 된다면 여름학기까지 3개월간의 시간을 학원에게 주고, 퇴사를 결정하는 방법 이 두 가지만이 내 앞에 놓여졌다.
사실 계약서에는 한달 전에만 퇴사 통보를 하면 된다고 적혀 있지만 학기제로 운영하는 학원이기에 그래도 내가 3개월간의 시간을 주고, 결정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이 맞다고 생각 되었고, 지금 선택하지 않는다면 가을 학기 넘어가서 퇴사를 결정하는건 모든 게 애매한 상황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더 퇴사를 깊이 고민하게 된 이유가 또 있었다.
수강생이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수강생이 오겠는가? 홍보도 하고, 나름 학원 자체에서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을 너무나 놓치고 있었고, 내가 작년에 유지한 수강생들이 지금 6세 수업으로 꽉 차 있기 때문에 6세는 바쁘게 돌아가도 다시 5세는 수강생이 많지 않아서 수업이 많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내가 작년에 얼마나 바쁘고 힘들었는지 이해한다면서 매일 수업 하기 전마다 내 교실에 와서 그녀는
"수강생이 많아져야할텐데 계속 이렇게 없이 지나가면 내년 1년이 망하는건데 ... 선생님들 급여도 잘 드려야하고, 더 올려드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수강생이 많아야할텐데 .." 하면서 그 뒤에 또 그녀가 건네는 말은 수업의 퀄리티 수업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더 힘써달라는 어이없는 말들이었다.
'수업의 퀄리티? 업그레이드? 그녀들이 내게 수업을 위해 무언가를 주었던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물류까지 재활용 재사용하기 바쁘고 그런것들 내세우면서 수업하기 내가 다 창피해서 내 사비 들여서 다시 교구들을 자체 제작하고 완비해서 수업도 더 재미있게 하고 싶은 마음에 추가로 준비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놈의 브리프 초안까지 만족의 만족을 하게끔 쉬는 날 까지 반납해가면서 작성해서 진행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내 초안을 고쳐서 최종안을 주는것도 시간이 갈수록 웃기기 그지 없었다. 글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 그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가 수정해준 거는 말장난에 불가했고, 알아보기도 어렵게 바꿔서 주면 난 그걸 또 고친 부분 내가 작성한 부분 하나하나 찾아 또 다른 최종안을 다시 써야 했고, 아이들의 칭찬 부분을 써달라 아이들의 오개념 지도부분을 써달라 아이들의 발달상황을 써달라 요구사항은 끝이없었다. 근데 그 모든 것이 나를 위한거란다. 그 브리프를 통해 학부모들이 나를 신뢰한다나 뭐라나?
까라면 까야지 .... 하는 마음에 끝까지 해보자! 하고 나도 점점 오기로 업무에 임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수업에 써야 할 에너지도 모자라는데 여기저기 외부적인 것에 에너지를 너무 뺏기다 보니 수업에 담을 에너지가 점점 줄어드는 걸 느꼈고, 내가 예뻐하는 아이들에게도 그만큼 더 마음을 못 주는 것 같아 늘 수업 끝난 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든지 오래 되었다.
이제는 선택해야만했다. 이렇게 이 상태로 가다가는 쓰러질 것만 같았고,
그렇게 한 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까지 너무나 오래 걸릴 것만 같은 직감이 들었다.
그뿐인가. 내가 쓰는 시간에 비해 내 통장에 찍히는 돈은 정말 ..
말도 안되는 급여 ...
180도 안되는 건 커녕 한참 더 적은 돈이 찍히는데 그러다보니 매달 마이너스 의 생활이었다.
조금이라도 올려준다는 급여도 시간 끄는 것 같았고, 현 시점 수강생이 적으니까 더 줄 수 있는 돈도 없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또 열심히해서 가을 겨울 수강생을 꽉꽉 채워도 결국 나는 같은 말도 안되는 급여를 받고 ..... 학원과 다른 선생님들과 나눠 갖는 남 좋은 일 해주는 거 아닌가? 싶은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해도 그녀가 내게 하는 말은 늘 ...... 업그레이드... 퀄리티... 에 힘 써달라? ㅋㅋㅋ
그저 어이없는 웃음만 나왔고, 수강생이 늘지 않으니 갑자기 급해졌는지 원래 하던대로 다 같이 모여서 세미나를 진행하자고 하질 않나 ... 모의 수업 시연까지 하자고 하질 않나 .. 그것이 본사 방침이라고 하더라 ...
요구사항은 그때도 끊임없길래 이미 마음 속에 '퇴사' 두 글자를 깊이 새기고 그래! 해보자! 하면서 세미나 모의 수업 시연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결국 내가 진행한 시연에 어느 누구도 지적은 커녕 놀란 표정들이었고, 그렇게 잘난척 요구사항 늘어놓던 그녀는 실수의 실수를 거듭 하더라 ...
그러더니 다음부터 본인은 어떤 이유와 핑계를 대면서 모의 수업 시연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
그냥 웃겼다. ㅋㅋㅋ
계속 드는 생각 ... 처음 그녀와 면접을 보고 일할 기회를 줬을 때 햇살처럼 빛나고 포근하게 다가왔던 사람이었는데 .. 그때 그사람이 변한건지 아니면 지금 내가 현 시점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이 원래 모습인데 과거에
나 자체가 너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모든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포용력이 넓었던 거였나 ..?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지금 이 시점이 중요한거지 ... 그래서 난 결정했고, 그녀에게 글을 정리해서 보냈고,
그녀와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녀가 내게 마지막까지 어떤 말들을 쏟아낼지 ....... 흥미진진 했다.
더 쏟아낼 말들이 있을까 ...?
과연 나는 안전하고 완전한 퇴사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은 내일로 미루고 남은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해야겠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