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수련회
국민학교 6학년 때였다.
여름방학을 맞아 다니던 교회에서 진행하는 여름 수련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수원에서 버스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시골 마을 산 중턱에 수련원이 위치고 하고 있었다. 이미 난 두 번이나 참석했기에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들떠 있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당장이라도 퍼부을 것처럼 잔뜩 흐린 날씨였다. 결국 도착할 즘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밖은 밤처럼 어두컴컴했다.
오래된 수련원이라 천정에서는 비가 새는지 전도사님께서 지붕 위에 올라가 천장 수리를 하고 계셨다.
짐을 풀고 바로 기도를 드리기 위해 예배실로 다들 모여 준비하고 있었다. 목사님이 들어오시고 예배를 시작하려 할 때 천정에서 엄청난 굉음이 발생한다.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큰 소음에 다들 놀라 외마디 비명을 내 뱉었었다.
소리가 난 곳으로 모두 시선을 돌렸는데 뿌연 먼지 속에 천정 수리를 하고 계시던 전도사님께서 그대로 떨어진 것이다. 목사님과 다들 그리로 뛰어가 전도사님을 살펴보는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툭툭털며 일어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두들 매우 놀랐지만 멀쩡하게 일어나시는 전도사님을 보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렇게 놀란 가슴을 달래며 예배가 시작되었다.
목사님의 설교가 끝나고 함께 기도를 드리는데 어디선가 기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내 뒤에 앉은 같은 학년의 친구였는데 알 수 없는 말로 무언가를 열심히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심지어 목소리마저 성인 남자의 굵고 낮은 앙칼진 목소리로 친구의 목소리가 아닌 처음 듣는 기괴한 목소리는 온몸에 소름마저 돋게 했다.
점점 그 소리는 커져만 가고 끝내 목사님과 전도사님이 달려와 친구를 데리고 나갔다.
모두 그 광경을 보고 들었기에 경악하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녁 9시가 넘어 그 친구가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열 명 정도 모여 있었지만 다들 아까의 광경에 놀랐는지 그 친구에게 한마디 말을 붙이지 못했다. 친구는 자기 자리에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밤 10시,
취침 시간이 되었고 이부자리를 펴고 불을 껐다.
한 십 분쯤 지났을 무렵 예배실에서 듣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그 친구 옆에 있는 친구에게 무언가 얘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오래전 기억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저속한 말들로 그 친구를 꾸짖는 것처럼 들렸다.
이내 그 친구가 벌떡 일어나 뛰쳐나갔고 잠시 후 목사님과 어른들이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이때 그 친구는 더욱 큰 목소리로 온갖 욕설을 퍼붓는데 목소리가 마치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기괴한 목소리가 들렸고 다들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 친구는 어른들에 의해 끌려 나가는데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것처럼 실내는 큰 소동이 벌어졌고 가까스로 끌어낼 수 있었다.
확실히 기억나는 건 '나랑 함께 가자'가 아직도 머릿속에 선하다.
다음날 부터 그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수련회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렸고 야외 활동도 못 한 채 일주일 내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무서움에 떨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일이있고 난 뒤 그 친구는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그때 그 친구는 방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신앙심이 클 경우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방언을 한다는데 우리가 들은건 공포영화 속 기괴한 목소리였지 신앙심과는 전혀 무관한 공포 그 자체였다. 당시 교회 친구들과 모이면 그 이야기로 한동안 떠들썩했었다.
일주일 뒤 뉴스에서 우리가 간 수련원 인근 계곡에서 발생한 익사 사고 뉴스를 보게 되었다. 우리처럼 방학을 맞아 수련회에 참석한 중학교 형들이었고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두 명이 죽었다는 보도를 듣게 되었다. 두 번이나 그곳을 갔었기에 그 계곡이 선하게 머리에 그려졌다.
이후로 내가 교회에 다니는 동안은 교회에선 그곳으로 수련회를 가지 않았다.
1986년 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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