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묘한 이야기 2

영화관

by VOKA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 해였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아빠와 수원 중심가에 있는 중앙극장을 찾아가 영화관람을 했었다. 오래전 없어진 극장이지만 당시 아빠가 일하던 양복점 바로 옆에 있어 자주 갔던 것 같다.

어린 난 무술 영화가 아니면 관심이 없었기에 상영관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바빴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날 무렵엔 아빠가 앉아 있는 자리로 재빨리 돌아왔다. 영화관람을 마친 후 항상 인근 시장 스낵코너에서 아빠와 돈가스를 먹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루는 공포영화를 상영하던 날이었다.

아직도 머리에 선한 게 하얀 소복 입은 여자가 입에 칼을 물고 있던 기억은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다.

관, 스님, 무당...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날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심지어 그 좋아하는 돈가스도 마다하고 집으로 갔다.


그 영화를 본 후 얼마 후부터 일주일에 한 번은 하얀 소복 입은 여자가 내 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안 나던 코피도 쏟기 시작하며 늘 땀에 절어 깨곤 했다. 아빠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면 기겁하고 사양했다.

그러던 중 연말이 될 무렵 성룡 영화가 개봉한다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이것만큼은 꼭 보고 싶은 마음에 아빠를 졸라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찾은 극장이었지만 그때의 무서움은 온데간데없었고 성룡 영화라는 기대감에 즐거움만 가득했다.

영화를 보고 저녁 무렵이라 스낵코너도 문을 닫아 아빠는 순댓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아직도 지동 순대타운이 그 역사를 유지하며 명성을 날리고 있다.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누군가 아빠를 불렀고 아빠도 그를 보자 인사를 하며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린 그 아저씨와 함께 어느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평택에서 일할 때 사장님이셨다고 인사 깍듯이 하라 하셨다. 아저씨는 귀엽다며 당시 큰돈인 천 원짜리 두 장을 내게 쥐여 주셨다. 그때 새우깡이 100원, 산도는 50원 정도 했을 것이다. 어릴 적 누군가로부터 그런 큰돈을 받아 본 적이 없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았다.


음식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그 아저씨는 오래간만에 몸보신하자며 개고기나 먹자고 하신다.


내가 유치원 들어갈 무렵부터 아빠가 가끔씩 들려주는 얘기가 있었다. 할아버지께선 불공을 들여 어렵게 나은 삼대 독자이니 그 자손들은 절대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며 아빠도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했다.

늘 듣던 얘기라 어린 마음에 아빠에게 먹지 말라며 떼를 쓰고 아저씨에겐 돈 돌려줄 테니 개고기는 안된다고 울고불고 난리 쳤다.


결국 아빠와 난 순댓국을 주문했다.


어른들은 반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데 아저씨는 밉상 맞았던 날 놀리려 했는지 소주잔을 건네며 마셔보라 하셨다. 아무것도 모른 나는 입에 댔다가 기겁하고 뱉어 버렸다. 처음 어른으로부터 술잔을 받은 날이었다.


시간이 길어지니 난 엉덩이가 들썩거려 결국 밖으로 나와 시장 바닥을 돌아다녔다.


저녁 시간 대라 대부분 문을 닫아 볼거리는 없었다. 시장 끝에 다다라 어두컴컴한 골목길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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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항상 이런 골목에서 귀신에게 쫓기던 생각이 떠올라 순간 멈칫했다.

그 순간 컴컴한 골목 끝에서 흰색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도 놀란 나는 사력을 다해 국밥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마치 꿈속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국밥집 앞에 다다랐을 때 입구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열댓 명이 몰려 있는 모습을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데 좀 전까지 멀쩡했던 그 아저씨가 입에 거품을 물고 누워 있었다.

아빠는 사색이 되어 안절부절 하고 있었고 아무도 아저씨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커헉~'하며 무언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아저씨의 몸이 축 늘어지는 걸 보았다.


난 얼음장처럼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죽은 사람을 본 게 그게 처음이었다.


어떻게 집에 갔는지 언제 들어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날 이후로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는 다시는 내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코피도 나지 않았다.



1980년 겨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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