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 : 유화의 시작

by VOKA

그림 생활의 시작,


그림 생활을 시작 한지 몇 개월이 흘렀다.


처음 태블릿으로 그 감을 찾으려 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붓을 들게 되었다. 그리고, 수채화를 시작으로 아크릴화를 거쳐 마지막 유화까지 오게 되었다.


책 읽기, 글쓰기, 음악감상과 더불어 그림 역시 영혼의 정화를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임을 느끼고 있다.


브런치에도 나름 짧은 단편 소설을 집필하면서도 언 1개월 여 몰입과 집중을 반복하며 결국 완결할 수 있었고, 그림 또한 집중을 통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마무리하며 그 무아지경에 빠져 들곤 한다.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리고 시간이 꽤 흘렀다.


이런 그림의 비중은 그리 높진 않다

이는 그림 생활에 좀 더 매진했었고 나름 그에 따른 관련 서적을 보며 시간을 보내느라 글쓰기가의 비중이 낮아지며 자연스레 소홀할 수 박에 없었다. 하지만, 글쓰기 못지않은 그림을 그리며 많은 영감과 지식을 얻으며 또 다른 영혼의 뿌리가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걸 하며 사는 삶만큼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환경을 만들고 그런 즐거운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작년부터 무던히도 노력하는 것 같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내가 책을 쓰고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직장 내 나르시 시스트의 끊임없는 가스라이팅과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커지며 너덜 해진 내 영혼의 치유를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며 밑도 끝도 없는 가스라이팅은 지속되었고 운동과 독서를 통해 탄력회복성을 키우는 길 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은 결국 올초 암 진단을 받게 되었고, 약물 치료로 여의치 않아 방사선 치료를 위해 얼마 전 보름 넘는 장기 병가를 내게 되었다.


먹고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모든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치료에만 집중하기 위해 혹시 모를 퇴사 권유를 감안하고서라도 장기 병가를 내게 되었다.


일단 살고 봐야겠단 생각이 컸기에 아내 또한 긍정적을 받아주었지만 솔직히 나로선 불편한 마음 가득했다. 당장 한 달 치 수입에 구멍이 나는 건 둘째 치더라도 함께 일하던 팀원이 받을 업무적 스트레스를 생각해 보면 두 다리 펴고 잘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치료 기간 중 업무적 짐은 모두 내려놓고자 마음먹었기에 오르지 치료와 마음의 정화를 위한 세심한 스케줄표를 마련했었다.


특히 올해부터 다시 시작한 그림 생활의 본격적인 궤도 진입을 위한 스파르타식 훈련과 레슨까지 고려하며 강행군의 스케줄을 치료와 함께 하려 했는데 치료 첫날부터 큰 난관이 찾아왔다.



최대의 적, 피로감과 무기력


대책이 없었다. 방사선 치료 첫날, 어지러움 증과 메스 꺼림 그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체력 저하가 크게 느껴지며 무기력증에 휩싸이게 된다.


3시부터 이거 해야 되는데? 5시면 이거 해야 되는데.... 흘러가는 시간만 보며 마음만 답답해진다. 이 정도로 무기력 해질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다. 결국 치료받고 오후 3시경 집으로 돌아오면 알 수 없는 피로감에 시체처럼 널브러져 잠을 청했고, 여덟 시간 금식과 치료로 인한 위염 증세는 더더욱 스케줄 표와 먼 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아.. 그냥 치료만 받아야 되려나 보다'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그냥 마음 편히 내가 할 수 있을 때 평상시 못했던 것들을 짬짬이 시도해 본다.



리부트, 유화의 시작


그러면서 결국 머릿속에서 지워진 유화를 다시 시작해보기 위해 레슨을 받게 된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한 아주 오래전 입시미술을 경험해 보았지만 성인 취미 미술은 비용 자체가 넘사벽이었다.


개인 레슨에 미술 재료나 장소를 제공받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4회당 15~25만 원의 비용이 일반적임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주 2회~3회 정도 정해진 커리큘럼에 의해 대략 6개월 정도의 레슨이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매일 같이 한두 시간씩 배우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그렇게 가르쳐 주는 곳도 없었고, 그런 경우 입시미술반이나 동네 미술학원 초등부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할 판이었다.


답답함은 가득했지만 동기 부여 수단과 감을 찾기 위함으로 마음을 고쳐 먹으니 이 또한 속편 해진다.


집에서 만큼은 유화 물감을 짜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그 오래전 화실에서 풍기던 오묘한 기름냄새는 머리마저 지끈거리게 만들었는데 집안에서 그런 냄새는 식구들이 용납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겠단 지론이 들어서며 결국 방 한구석엔 유화물감과 그의 식구들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솔직히 학창 시절 그림으로 먹고살기 힘들겠단 생각이 컸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자질 문제로 지금도 핫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더욱 열을 올렸고 결국 전공과 전혀 무관한 개발자의 길로 발을 딛으며 수 십 년 외길 인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아마 그때의 한도 있겠지만 숨겨진 심지가 요즘의 상황과 맞부딪히며 불을 붙인 것 같다.

다이소 유화 물감과 다이소 캔버스지에 그린 달토끼, 화근의 시작


수채화, 아크릴화, 색연필화, 그리고 유화 저마다 재료의 특성이 제각각인지라 표현 기법도 다양하고 그에 따른 재미가 꽤 크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데이지 꽃


그림 하나를 마무리하며 과감히 손을 떼었을 때 밀려오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반스케치를 통해 야외 활동도 나름 했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일단 내가 즐거웠는지 그리고 아쉬운 점을 찾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시간은 내 영혼의 뿌리가 깊게 뻗어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올해 여러 목표를 세웠지만 아마도 그림 생활의 비중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책, 아마도 올 해안에는 시도해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내 그림에 환한 미소를 보내며 영혼의 정화를 위해 붓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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