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첫째 주의 마들렌
어느새 다가온 봄이 눈꺼풀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안 그래도 연신 쏟아지는 잠 때문에 요즘은 말똥말똥한 상태로 깨어있는 시간이 하루 10시간도 채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이마저도 밥 먹는 시간이나 운동하는 시간, 휴식하는 시간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서, 한없이 늘어지는 몸과는 정반대로 마음은 왠지 싱숭생숭하게 붕 떠오르는 기분이다.
이럴 땐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게 제일이라는 걸 알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버리는 이 시간이 못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오늘도 아침부터 마들렌 포스팅을 위한 글을 쓰려고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는데, 몽롱한 머릿속을 떠다니는 문장을 어렵사리 붙잡아도 쏟아지는 졸음에 깜빡 잠이 들었다가 흠칫 놀라며 깨어나는 일을 연신 반복하고 있어서, 오늘 안에 무사히 포스팅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오늘은 꼭 포스팅을 진행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사실 새해가 밝고 나서, 봄이 되기 전까지 사용할만한 재료들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건 꼭 사용해 보자고 결심했던 재료가 바로 생강과 우엉이었다.
이미 1월에 제법 괜찮은 마들렌으로 재탄생했던 생강과는 달리 우엉은 3월이 되도록 자신의 차례를 찾지 못해서 한없이 밀려나고 있었는데, 이제는 우엉을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서 작업을 진행하다가 문득 작년 이 맘쯤의 글을 찾아보니, 정확히 작년 3월 5일에도 우엉을 이용한 마들렌을 만들었단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요즘과 별다른 것 없는 고민을 마들렌과 함께 적어 올려놓은 것을 보면서 괜스레 웃음이 났다. 무언가를 꾸준히 기록하는 일은 한편으론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이처럼 시간이 흐르고 그 기록을 되돌아보면서 또 다른 의미를 깨닫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기에 더없이 소중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많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마들렌을 만들고 기록할 수 있다는 건 언제나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작은 즐거움에 오늘은 꼭 마들렌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제철 우엉을 이용한 우엉 캐러멜 마들렌을 만들어 보았다.
우엉은 아시아를 원산지로 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유럽을 원산지로 하는 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편찬된 향약구급방이라는 의서에 처음 그 기록이 등장하는데, 초기에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약용으로 많이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식용 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 집에서는 보통 우엉을 간장에 조려서 밑반찬으로 먹는 편인데, 달콤하면서 짭짤한 맛이 있고 아삭한 식감이 좋아서 한 번쯤 마들렌에 이용해 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마들렌으로 만들려고 하니 생각과는 달리 뚜렷하게 떠오르는 레시피가 없었다. 그저 간장에 조린 우엉을 갈아서 마들렌 반죽에 섞는 건 너무 1차원적인 아이디어 같았고, 우엉의 맛을 충분히 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 때문에 우엉을 어떤 형태로 활용할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졌었는데, 문득 우엉을 튀겨내서 마들렌에 올리면 바삭한 식감과 풍미를 즐기면서도 외형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우엉을 튀겨내는 형태였는데, 우엉을 직접 튀겨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를 미리 구상해 두고 직접 튀겨보면서 최종적인 형태를 선택하기로 했다.
마들렌 반죽에는 곱게 간 우엉과 캐러멜을 더하여, 흙 향과 함께 쌉쌀한 떫은맛을 지닌 우엉과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을 지닌 캐러멜의 조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고, 평소와는 달리 살짝 태워서 만드는 진한 풍미의 브라운 버터를 이용해서 한층 더 고급스러운 맛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했다.
우엉은 결국 원형으로 돌돌 말아서 튀겨낸 형태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바삭한 식감과 풍미가 잘 살면서도 다른 형태에 비해서 마들렌 위에 배치하기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마들렌을 굽기 직전 우엉을 튀겨내서 곧바로 마들렌에 올려 구웠더니, 생각보다 우엉튀김 자체의 바삭함이 잘 살아있었고, 우엉의 고소함이 기분 좋게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특히 우엉 특유의 흙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도 그걸 부드럽고 달콤하게 감싸 안는 캐러멜과의 조화가 정말 탁월했는데, 초콜릿을 사용했을 때보다 우엉의 풍미가 확연하게 느껴져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우엉튀김이 눅눅해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제철을 맞은 우엉을 이용하기엔 더없이 만족스러운 마들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