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ler Jul 07. 2024

8년 장수생의 홍콩항공사 합격 후기.

Good things take time.





1. 지원


Date : 13/Mar/2024


세번째 지원이었던 캐세이 퍼시픽. 이번에도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단지 내 인생에서 전환점이 필요했던 시기에 기회가 선물처럼 나타났다. 문득 8년전에 꿈꿨던 일을 그게 언제가 되더라도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다 라는 마음만 있었는데, 이번 채용을 통해 다시 한 번 지원해보기로했다. 







2. 온라인 인터뷰


  Invitation Date : 14/Mar/2024

Completed Date : 16/Mar/2024



지난번 채용에서는 토익 만료 상태라, 하이어뷰 (비디오 인비테이션) 조차 받지도 못했는데 다행히 이번 채용에는 갱신한 토익 점수가 있어 지원 다음날 하이어뷰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메일 제출기한이 within 3days 라고 되어있는데,  메일 수신 날짜 기준 3일인지 수신일 다음날 기준부터 3일인지 모호해 안전하게 메일 수신일 기준으로 인터뷰를 제출했다. 


자켓 착용과 포니테일, 레드립 정도로 꾸미고 촬영했는데, 집에서 목소리를 크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방에서 조용하게 답변했다. 주제는 한국어 기내방송 읽기 및 번역, 롤플레이 관련 내용으로 총 4문제가 주어진다. 시간도 다 채우지 않았는데 합불에 크게 영향은 없는듯했다. 한가지 에피소드로 한국어로 대답하면 되는 질문을 의식의 흐름대로 바보같이 영어로 제출해버렸고, 결국 면접장에서 따로 호명되어 한국어 면접을 추가로 진행했다.



+ 인터뷰 질문


1. 한국어 기내방송 읽기

2. 기내방송 한국어 번역해서 읽기

3. Seat belt 사인으로 승객에게 자리착석 안내 (한국어) Key words : 좌석, 난기류, 안전벨트

4. 기내 서비스에서 승객에게 레드와인 엎지른 상황 Key words : 수건, 셔츠








3. 대면 면접 인비테이션


Date : 22/Mar/2024


이직한 곳에서 업무 교육을 받으며 지내던 중 대면 면접 인비테이션 메일을 받게되었다. 방에서 문닫고 조용히 소곤소곤 거리며 비디오 면접을 제출해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감사하게도 캐세이에서 면접일 (04월 12,13,14일) 중 가능한 날짜를 선택해 제출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면접일을 선택하자마자 바로 확정 메일을 받았고, 홍콩 ID를 제외하고 준비해가야 할 15가지 정도의 서류들이 있었다.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왕 이렇게 된거 한번 남은시간 미친듯이 준비해볼까?







4. 대면 면접 당일


Date : 13/Apr/2024


서류 제출 및 암리치


면접 당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 2층 한 공간에서 필수 서류를 먼저 제출한다. 순서 상관없이 손들고 무작위로 서류를 제출하기 때문에 눈치껏 손들고 일어서서 제출해야한다. 서류 제출을 마치면 ISM 사무장님께서 이름을 호명하고 앞으로 나가서 암리치(208cm)를 체크하게 된다. 순서가 되어 앞으로 나갔는데 아니나다를까 비디오 인터뷰를 영어로 제출했기 때문에 한국어로 다시 봐야했다. 슬쩍 종이를 보니 P/U 중 U에 체크가 되어있어서, 암리치를 체크하고 한국어 롤플레이 면접을 따로 보게 되었다. 


사무장님께서 앞에 앉아계시고 기내에서 와인을 쏟은 경우, 악천후로 승객에게 자리에 앉아 기다리라는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한국어로 설명해달라고 하셨다. 대선배님 앞에서 생전 처음인 승무원 연기를 해야하는거라, 내적으로 몹시 당황했지만 그래도 티내지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답변이 너무 과해서 망치게 될까봐 간결하게 끝냈는데, 내용이 너무 짧았는지 "조금 더 길게 해야되는데~"라고 하셔서 재빠르게 세문장정도 더 말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말대잔치...)


즉흥 롤플레잉이라 정확하게 기억이나진 않지만 사과, 공감, 대책 마련 등의 표현들을 적절하게 사용해 답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뻔뻔하게 승무원인것처럼 보이려고했다. 결국 ISM 선배님께서 답변이 끝나고 "제가 점수 잘드렸어요 (찡긋)" 하시며 다정하게 말씀해주셔서 어찌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면접장의 공기는 타항공사들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따스움으로 가득했고 그래서 더욱 여기 계신 모든분들의 동료가 되고싶었다.








5. 그룹 디스커션


서류제출 > 암리치 > 한국어 면접을 마치고, 디스커션을 위해 방을 나왔다. 서류 제출 공간을 나오면 위의 이미지처럼 디스커션 바로 옆 공간이 파이널인데, 마침 파이널 룸에서 나오는 면접관 분을 마주쳤다. "Good morning, How are you?" 라고 먼저 인사를 드리자 면접관 분께서도 "Good morning. Don't be nervous!" 라며 응원주시는 스윗함에 또 한번 입사 욕구 상승. 서류제출을 마치신 지원자분들께서 오시고, 디스커션에 들어가기전 간단한 스몰토크를 나누며 서로 호응 많이 해주고 각자 조금씩 말할 수 있도록 조절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디스커션을 마치고 나온 분들께서는 2번방 앞의 지원자 대기석에서 파이널 차례를 기다리게 된다. 다음 차례였던 나를 포함한 두 그룹이 디스커션 방으로 이어서 들어가게 되었다. 간단하게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이때 각자 한명씩 돌아가면서 이름을 말하고, 한번 더 돌아가면서 말하면서 애매하게 남은 시간을 채웠다.  면접관분들의 테이블이 바로 보이는 시야에 앉게 되어서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에도 힐끔힐끔 지원자들이 뭘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있다는것을 느꼈다.



디스커션 주제 : 면접관들의 북미 2주 로드트립 나라 3개를 정하기 (+옵션 :  동물과 커피, 자연을 좋아함.)

시간 : 토론 8분, 요약발표 3분


토픽은 전날 스터디에서 연습했던 토픽이어서 당황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었다. 조원 중 한분이 "우리 이런 주제받았네~" 라고 첫 마디를 열어주셨고 잠깐 텀이 생기는것 같아 "May I go first?" 라고 한 후, 캐나다를 추천하고 이유(자연을 좋아한다고했으니, 4계절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것 같아.)를 간략히 제시했다.  의견에 꼬리를 붙이고 붙여 조원 분들께서도 3가지 나라와 그에 맞는 계획을 다양하게 제시해주셨다. 10명이 넘는분들이 계셔서 이후에는 리액션, 경청 그리고 두마디 정도를 다른 분의 의견에 동의하는 표현을하며 너무 튀지 않도록 노력했다.


생각보다 8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3분동안 다른 그룹에게 발표를 한다. 이때도 다른 그룹의 발표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발표를 할 때도 간략하게 서론, 본론, 결론 형태로 자신감있게 발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모자라 그룹의 마지막 몇분이 발표를 하지 못하셨는데, 파이널 결과에는 지장이 없었다. 아쉽게도 우리조에서는 4분 정도 파이널 단계로 가지는 못하셨는데,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다소 말수가 적으셨던 분들이었다.


호명된 분들이 나가고, 디스커션에 통과했다는 말과 함께 캐세이에서의 생활, 트레이닝, 하우징에 관련해서 간단하게 브리핑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전직 승무원이 있는지 물어보셨고, 캐세이오면 트레이닝 다시 배워야하니 Be humble 해야해. 라고 하셔서 정말 캐세이화된 사람이기를 원하는구나 싶었다. 어렵게 얻은 면접 기회에서 디스커션까지 통과하게 되었는데 기쁨보다는 남아있는 파이널을 어떻게든 후회없이 보고 통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면접장 꿀팁.


✓ 면접관님 마주치면 무조건 인사 먼저하기. 

✓ 어떠한 질문에도 자신감있게 보이려고 노력하기. 

✓ Small Talk 할때도 따뜻하고 상냥하게.

✓ 상대방 배려하기. (리액션, 경청 온몸으로 보여주기.)


+ 자신감 있는 모습은 활발하고 목소리, 행동이 크다기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못알아 들었을때 무의식적으로 인상이 찌푸려지지는 않는지 등을 꼭 신경쓰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있다는 액션을 취해주는것도 좋다. 치과에 가면 겁먹은 환자를 따뜻하고 상냥하게 대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원장님 모습을 떠올렸던 것이 개인적으로는 도움되었다.








6. 파이널 인터뷰


파이널 인터뷰 대기


디스커션이 끝나고 파이널 면접장 바깥 공간에서 이름이 호명될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디스커션때 옆에 계셨던 분과 같이 대기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긴장도 풀고 번호도 교환했다. 


캐세이 퍼시픽의 면접 분위기는 스윗하고 배려 가득함으로  이미 너무 유명하다. 면접관분들께서 직접 지원자 대기 장소로 찾아와 이름을 호명하고 함께 지원자를 데려가고 파이널 면접에서 합격을 하게 되면 메디컬 날짜를 예약하는 대기실까지도 데려다 주신다. 이야기로만 듣던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고 감사했다. 


시간이 흘러 차례가 되자 면접관님께서 데리러 오셨다. 먼저 안부 인사를 건네고 함께 면접장에 들어갔다. 모두 다정하셔서 파이널도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질문에 꼬리질문까지 10개 이상을 받았고, 무표정이셔서 내심 나한테 왜이러나 싶었다. 답변도 몇번 버벅거렸지만 어떻게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나를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다. 



파이널 인터뷰 질문


면접관 : 나는 ㅇㅇㅇ 야. 자기소개 간단하게 해줄래?


나 : 물론이지. 먼저 인터뷰 기회를 줘서 고마워. 나는 누구고 이전에 어떤일을 했어. 그래서 이 경험들이 앞으로 캐세이에서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해.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이미 공유되어있는 기본적인 기출질문들로 질문을 하셨다. 특이했던 점은 대부분의 질문에 Anything else? 그거말고 더없어? 라고 물어보셔서, 답변 여러개를 준비해두었던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이널 질문 리스트


Q. Could you introduce yourself briefly?

Q. Why CX?

Q. What can you do for CX? (+Anything else?)

Q. Why Cabin Crew? (+Anything else?)

Q. Demanding Customer  (+Anything else?)

Q. Best Service Experience

Q. Culture difference

Q. What would be challenging as a flight attendant?

Q. What type of colleague are you? (+Anything else?)

Q. How will you adapt in HongKong?

Q. Any question?




답변 팁


⎷ 첫 질문에는 먼저 감사 인사하고 시작하기.

⎷ 나의 경험과 캐세이의 문화를 연결짓기.

⎷ 홈페이지+@ 항공뉴스, 블로그로 답변 차별화 아이디어 찾기.

⎷ 나라는 사람이 캐세이 승무원으로서의 모습이 상상되게 하기.

⎷ 특별한 답변이 아니라면 말하는 Attitude를 더 신경쓰기.

⎷ 부정적인 질문은 회피보다 백업과정을 고민해서 답변짜기.

⎷ 마지막 할말, 질문에 입사 의지 표현하기.

   (예 : 회사에 이런거 있다던데, 입사해서 꼭 나도~하고 싶어.)



+ 개인적으로 홈페이지의 정보를 답변으로 만들면 왠지 식상해지고 차별화가 없는 답변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항공 뉴스 사이트나 블로그를 통해 조사했는데, 홈페이지에서 못찾았던 내용이 있었다.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Why CX? 에 대한 답변으로 녹여냈고, 무표정이었던 면접관분께서 타이핑만 하시다가 고개를 들어 아이컨택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참고했던 사이트 :  Simple Flying 



아티클 읽기


개인질문이 끝나고 아티클 리딩을 해야해서 면접관님이 리딩 페이퍼를 주셔야했는데 아뿔싸 테이블에 있어야 할 페이퍼가 사라졌다. 무뚝뚝하셨던 면접관님께서 서류도 들춰보고 두리번 거리며 아티클 페이퍼를 찾느라 당황하시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다른 테이블로 가셨다. 이런 순간도 놓치지 않고 "It's okay. Take your time."이라며 아무렇지 않은듯 기다렸다. 



다시 찾아주신 아티클 리딩은 무려 4문단을 읽어보라고 하셨다. (내게 왜 이런 시련을....) 글 내용은 비교적 어렵지 않았고 아이가 학교에서 생활하며 일어나는 일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글만 읽으면 끝날줄 알았는데, 토익에서 정답을 찾듯 두,세가지 질문을 하셨다. 긴장해서 내용도 잘 안들어오고 질문에 답도 틀리게해서 다시 찾아보라고 하시기까지 했다. 어떻게든 침착하자 다짐하며 답을 다시 찾아 말씀드렸고 이 와중에 시간이 걸려서 "나한테 시간을 좀 줄 수 있을까?" 라고 했는데, "많이는 못줘." 라는 면접관님...이때도 느낀게 모르면 모른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라는 의사표현을 정중하게 하는게 중요한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행히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면접관님께서 합격을 결정짓는듯한 질문을 하셨다.



"너 최근 경력이 2월이니까 바로 조인할 수 있지?"



이 말을 듣는 순간 어...뭐지? 싶었다. 당연히 입사가능하다는 대답을 했고, 면접관님은 OK, 이제 메디컬 스케줄 잡으러 갈 방으로 안내해줄게. 라며 안내해주셨다.



합격의 짜릿함이란 이런거구나. 



메디컬을 기다리는동안 긴장이 풀리면서 온갖 피로가 몰려왔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8년만에 이룬 값진 결과에 대한 성취감은 물론 컸지만 이제 더이상 승무원 준비 안해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찌나 홀가분했는지 모른다. 메디컬 날짜 잡고 잘 먹지도 않던 밥도 뚝딱 먹고 밀린잠까지 푹 잤던 행복한 2024년 4월 13일 이었다.




Good things take tim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