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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Apr 25. 2021

육아의 시작, 산후 조리원

─ 고독과 우울과 행복의 아이러니 (2)


 "당분간은 수유콜은 노콜로 해둘게요"




 네, 라고 대답했지만 그당시 나는 그 '콜'이라는 개념도 뭔지 잘 몰랐다. 아기에게 어떤 주기로 어떻게 우유를 줘야하는지도 몰랐고, 내가 어떤식으로 대응하는건지도 잘 모르겠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분명히 수유실 오리엔테이션은 갔다 왔는데... 아픈 회음부를 질질 끌고서 말이다. 내가 너무 수동적으로 바랬던 걸까. 



 모든 오리엔테이션이 한발짝씩 늦었다. 수유실 전체 오리엔테이션만 시간 맞춰 갔을뿐, 첫 수유는 그보다 늦어졌었고, 첫 수유를 하러 간 수유실에서 들어야할 1대1 설명은 그로부터 한참뒤에야 받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수유실 첫수유가 남들보다 훨씬 늦었었으니, 신생아실 선생님들도 내가 그때가 첫 수유인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조리원에 오기전 병동에서도 회음부 통증이 큰 탓에 침대에서 항생제 주사를 달고 꼼짝 못하고 지낸다고 수유를 전혀 못해봤다고 생각도 못하셨을 것이다. 



 다들 바빠보였고 다들 알아서 척척하는 모습에 처음엔 너무 기가 죽었었다. 몸도 너무 안좋고 코로나 때문에 조리원 방문과 면회도 일절 금지였으니, 어디 의지할 곳도 없고 ─ 최악이었다. 나는 몇일이 지나, 그나마 조금이라도 통증이 나아지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다잡았다. 



─ 난 이제 엄마가 되었다.



 나는 원래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싫어해서 무슨 일이든지 그 전에 머릿속으로 이미지 연습을 하는 편이고, 그게 잘 안되면 미리 알아보고 내가 납득이 될 만큼 준비를 해두는 편이다. 그래서 그게 안되었던 조리원 생활의 시작이 그토록 우울하고 불안하고, 심지어 고통스럽기까지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난 이제 엄마다. 난 이제 '나' 하나가 아닌, 또 다른 새 생명의 몫까지 책임지고 살아나가야 한다. 언제까지 모든 상황에 준비하고 미리 대비하면서 살 수는 없을것이다. 예상치못한 상황들에 계속 부딪힐 것이고, 아기가 항상 내 뜻대로 된다는 것은 더욱더 말도 안될 것이다. 정신차리자 ─ 라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나는 조리원에서의 생활을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 



 그 전까진 조리원 천국이니까 옆에서 편하게 다 해주는 건줄 알았다. 첫 출산을 한 산모들에게 하나하나 일일이 알려줄줄 알았다. ─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 여기는 둘째, 셋째를 낳은 엄마들도 오는 곳이었다. 산모수에 비해 조리원직원수는 현저히 부족하다. 누가 일일이 알려줄 것인가. 누가 해주는게 아니라, '내'가 해야하는 곳이었다. 나는 조리원 생활의 루틴과 대처방법은 하나하나 눈치로 때려잡았다. ─ 육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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