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과 사투를 벌이는 아이에 대하여 (4)
아이가 만 3살이 넘어가니 의사소통의 수준도 그만큼 올라갔고, 아이의 사고력도 예전과 달라졌다. 예전같으면 적당한 논리를 펼치면 아이가 더이상 말을 못하거나 어느정도 넘어갈수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아이가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느낌이었다. 웬만한 논리로는 오히려 아이의 허를 찌르는 논리에 내가 역습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심지어 아이 두 돌 즈음부터 시터이모님을 일절 쓰지 않고 등하원을 오롯이 혼자서 하고 있던 나는, 아이방에서 쪽잠을 자는 데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결국 안방 한켠에 아이의 자리를 만들기로 하였다.
혼자 자야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줘도 안되는 아이에게, 안방에서 안방침대 밑에 요를 깔아줄테니 거기서 잘래?, 하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좋아요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후,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 우리아이는 밤잠은 안방침대 옆 바닥에 요를 펼치고 자고 있다.
한번은, 이렇게 계속 안방에서 잘 거면 아이방의 침대는 필요없지 않냐고, 침대 없앨까? 라고 물었더니, 그건 또 안된단다. 나중에 크고나면 거기서 자기가 잘 거라고. 그렇게 자기만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차피 크고 나면 같이 자자해도 혼자 있고 싶다고 할 아이인데, 좀더 가까이에서 품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약 3년이 넘는 시간, 아이와의 수면교육 눈치게임은 일단락 지어진 것 같다. 바닥에 요를 깔고 자니, 평소에는 좀 덜 신경써도 될 바닥 먼지 청소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점, 침구류 교체도 더 신경써야 한다는 점, 매일 아침 깔았던 요를 개어둬야 한다는 점 등등 사소한 불편함이 있지만, 새벽에 별일 없으면 안 깨고, 설령 깼다해도 머리맡에 놓아둔 물만 쪽쪽 마시고 혼자서 다시 잠드는 요즘의 패턴은, 다른 의미로 충분히 성공한 수면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있지 않아서 내가 쪽잠을 자지 않아도 되니 몸의 피로가 훨씬 덜 해진 느낌이다.
육아를 하면서 정답이란게 있을까. 주변에 분리수면을 잘 하고 있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면 때로는 부럽기도 하고, 나도 다시 더 노력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현재는 불편함없이 행복한 것 같다.(적어도 수면에 대해서만큼은) 일각에서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될 때까지도 안방에서 같이 자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불과 1년전의 나라면, 아이의 매 시기에 맞춰서 그 때에 맞는 어떤 퀘스트를 클리어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싸여있었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음 한 구석이 느슨해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아이가 걷고 말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편해진다던데, 어쩌면 아이가 엄마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그 때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모 나 있고 날서있던 마음이 많이 둥글어져 편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