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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Oct 11. 2016

사랑은, 단순한 열정을 넘어 기술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알랭 드 보통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몇 년 전 한국작가와 콜라보 했던 <사랑의 기초>에서, 나는 무슨 연유였는지 알랭 드 보통의 문체에 넌더리가 났었고, 그의 실랄함조차 작위적인 이질감이라고 폄하하며 그의 모든 작품을 멀리했었다. 그랬던 내가, 이번엔 또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의 신작을 읽고 싶어 졌었다. 처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접했을 때의 신선함이 그리웠던 것일까. 그저 오래전 친했던 친구에게 자잘한 이유로 실망하고서는 혼자 토라져 있다가 문득 그 친구의 근황이 궁금한 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듯한 호기심이었을까.






p12.

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 ─ 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 ─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 보단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보통스럽다





ㅡ 어김없이, '보통'스러웠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그의 초기작들보다 좀더 초반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 처음 접했던 그의 작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는 작품 도입부부터 보통 특유의 표현력에 매료되어서 완전히 빨려들어갔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그정도의 흡입력은 늘 부족했던것 같다. 그만의 특색있는 비유와 그 특유의 현학적 표현이 그의 매력이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낯섦과 이질감에 왠지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그의 특이한 관점과 단어사용에 흥미를 느끼다가도, 그러한 표현들이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왠지 그 작위성과 의도적인 어색함에,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과정에서 문장에 이입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의 이번 작품,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그 초반부가 특히 그랬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겠지만.






p21.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어떻게 보면 뻔한 결론이고 뻔하디 뻔한 플롯일지도 모르겠다. 단지 달달하고 열정적인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약간의 발상의 전환-하지만 너무나도 예상가능한-을 하고 있을진 모르겠으나, 어느정도 나이 찬 성인에게는 쉬이 생각될 법한 뻔한 스토리임은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꽤 좋다. 한동안 알랭드보통의 작품을 배척해왔던 것에 대한 개인적인 미안한 감정 때문인지, 아니면 쓸데없이 충격적인 신파극이 나오지 않는 뻔한 플롯의 진실성이 편하게 느껴져서 그런지는 알수 없지만, 그래도 꽤, 좋다.





'낭만'이 깨어져야 진짜 사랑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기억하는 감정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때 뿐이라고. 혹은, 완벽한 행복은 아마 한 번에 5분을 채 넘지 않을, 작고 점진적인 단위로만 찾아온다고. 그는 낭만주의자들의 낭만을 아주 작정하고 깨버리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을 포기해야 진짜 사랑을 할수 있다고. 낭만과 사랑은 공존할수 없다고 못 박아버린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생각이 지극히 사실임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아니길 바라는 마음과, 알고는 있지만 나는 예외이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진실에서 눈 돌리고 있는 것일 뿐.






 이 책은 한 남자가 사랑을 시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하룻밤의 외도를 하고 그 이후 다시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깨닫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샅샅이 파헤치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묻고 있다. ㅡ 넌 다를것 같지? 이미 자신은 그 대답을 갖고 있으면서, 낭만주의 생각을 놓지 못하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는 계속적으로 '다르지않음' 을 보여준다. 우리는 묘하게 불편한 진실과 부딪히면서도 그 진실을 받아들일수 밖에 없음에 또한 편해지고 있다.




 그는 '라비'라는 가상의 남성의 인생의 단편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인생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관계에 대한 철학을 매우 보통스럽게 풀어쓰고 있다. ㅡ 그렇다. 이책은 '사랑'에 관한 책임과 동시에 '관계'에 대한 책이다. 그는 남자와 여자. 아내와 남편. 아기와 부모. 사위와 장모. 등의 갖가지 관계의 단편들에 관하여 보통 특유의 재치로 풀어써 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재치와 실랄함과 사실적 묘사를 보면서, 우리 현실에서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p209.

 그는 이제 거의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처럼 완전히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문학적으로 정말 매혹적인 작품이라든가,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이 소설을 평하긴 힘들것 같다.ㅡ 물론, 이 역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혀 두는 바이다. 하지만 읽어봐야 할 책이며, 읽어봄직한 책인 것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결혼을 앞둔, 혹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남녀들에게, 이 책은 상대를 이해하고,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에 꽤 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p9. 결혼의 시작은 청혼이 아니고, 심지어 첫 만남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전에, 사랑에 대한 생각이 움틀 때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맨 처음 영혼의 짝을 꿈꿀 때이다.



p10. 다른 사람이 영혼의 짝이라는 느낌, 이 확신은 아주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 객관적 지식은 끼어들 틈이 없다. 대신에 중요한 건 직관, 즉 이성의 정상적 작용 과정을 건너뛰기에 더더욱 정확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만 같은 자발적인 감정이다.



p20.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 지데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 하다.



p22.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 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p23. 사랑은 약점을 보완해주는 강점들과 자신이 열망하는 자질들을 발견하는 것에 대한 논리적 반응이다. 그의 사랑은 불완전하다는 느낌에서, 완전해지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다.



p38.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p50. 긴장을 일으킬 때마다 그 긴장감을 더욱 팽팽하게 하는 진짜 의문은 이것이다. "이걸 어떻게 평생 견디고 살지?"



p50. 우리는 삶의 중요한 영역들(국제무역, 이민, 종양학 등)에서는 복잡성을 감안하고, 이견을 수용하고 참을성 있게 해결해나간다. 그러나 가정생활에서만큼은 치명적일 정도로 안이한 가정을 세우곤 하며, 이 때문에 협상이 오래걸리는 데 대해 날카로운 반감이 생긴다.



p50. 견딜만한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현실감각은 사회와 예술의 침묵에 약해지고 마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커플들에 비해 우리 커플이 훨씬 나쁜 일들을 겪는다고 상상한다. 불행할 뿐 아니라 우리의 불행이 대단히 드물고 기형적인 형태의 것이라 착각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의 싸움들이 기본적으로 전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결혼 생활의 증거라기 보다는, 우리가 뭔가 드물고 근본적인 실수를 범한 징표라고 믿게 된다.



p61. 토라진 연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는 그들의 불만을 아기의 떼쓰기로 봐주는 것이다.



p66. 잘 들어주는 사람은 의사 전달을 잘 하는 사람 못지않게 드물거나 중요하다. 잘 들어주는 사람 역시 특별한 자신감이 그 비결이다. 어떤 확고한 가정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는 전보로 인해 결로를 이탈하거나 그 무게에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있는 수용력 말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마음속에 얼마간 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미 경험을 통해 모든 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66. "당신이 바라는 모든 일을 하거나 당신이 바라는 모든 존재가 되진 못할 거야. 당신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우리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서로 용기 있게 얘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될 수는 있다고 믿고 싶어. 그렇지 않다면 침묵과 거짓말인데, 그건 사랑의 진짜 적이잖아."



p66. 우리가 파트너로부터 두렵거나 충격적이거나 구역질나는 말을 거의 듣지 않을 때가 바로 걱정을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 친절해서든 사랑을 잃을까 애절하게 두려워해서든 그런 말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파트너가 달콤한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자신의 상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징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p78. 과민 반응을 하는 사람은 과거의 감정을 현재의 누군가 ─ 전혀 당해 마땅하지 않은 사람 ─ 에게 '전이'시키는 것이다. 묘하게도 우리의 마음은 자신이 어느 시대에 속해 있는지를 인식하는 일에 늘 능통하지는 않다.



p78. 운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강인함, 결국 눈물을 멈출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p78. 마음이 전이에 말려들면 우리는 사람이나 상황을 믿어주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불안에 빠져 즉시 과거가 지정해놓은 최악의 결론으로 나아간다.



p78.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p85. 사랑의 모든 가정들 중 아주 얄팍하리만치 불합리하고 미숙하고 개탄스럽지만 그럼에도 가장 흔히 볼 수있는 것은 우리가 사랑을 서약한 사람이 우리의 감정적 실존의 중심일 뿐 아니라 ─ 그 결과로서, 또한 대단히 이상하고 객관적으로 비상적이고 아주 부당한 방식으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다 그에게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사랑의 기이하고 병적인 특권이 있다.



p85. 우리는 정말로 책임이 있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주변에 있는 가장 다정하고, 가장 동정 어리고,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 즉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적으면서도 우리가 마구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우리 곁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에게 불만을 쏟아놓는 것이다.



p104. 아이들은 결국 나이가 몇 배나 많은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선생이 되어 ─ 그들의 철저한 의존성, 자기중심주의, 연약함을 통해 ─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랑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이 사랑은 상호 호혜를 강렬히 원하지도 성급하게 후회하지도 않고, 타인을 위해 자아를 초월하는 것만을 진정한 목표로 한다.



p104. 우리는 타인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매혹하고 위로해주는 능력에 대한 보답으로 타은을 사랑하는 데에 익숙하다.



p104. 우리는 일차적인 반사 행동에 따라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필요에 따라 자신을 훈련시켜야 한다. 야만인이 크리스털 잔을 쥘 때에는 반드시 가볍게 쥐려고 해야지, 자칫하면 그 우람한 손에 잔이 마른 낙엽처럼 부서질 수 있다.



p104. 냉소적인 천성의 그도 이제 에스터에게 세상을 보여줄 때에는 완전히 희망적인 편에 선다. 정치인들은 최선을 다 하고 있고, 과학자들은 지금 이 순간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열심이라고. 그렇게 라디오를 끄고 살기에 아주 적합한 시기가 된다. 차를 타고 허름한 동네를 지날 때에 국빈을 태우고 도시를 안내하는 겸연쩍은 공무원이된 느낌이다. 낙서는 곧 말끔히 지울 예정이고, 후드를 눌러쓴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것은 행복해서이며, 나무는 이맘때에 아름답고.... 어른 승객과 동행할 때 그는 다른 어른들이 몹시 부끄럽다.



p120. 아이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면, 힘들고 긴 경험이 있어야 축적되는 통찰을 단번에 전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인류의 진보는 성급한 결론을 향한 뿌리깊은 저항에 번번이 가로막힌다. 우리는 인류의 백치같은 행위들이 담긴 목록을 죄다 재조사하는 일에 관심을 타고나서 걸음을 멈추고 다른 사람들이 이미 고생하며 광범위하게 기록해놓은 것을 직접 알아내기 위해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p140.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하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괴로움의 복용량을 확실히 똑같게 측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행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각 당사자가 실제로는 자신의 삶이 더 저주받았으며 파트너는 이를 인정하고 속죄하지도 않는다는 진지하면서도 경쟁적인 확신에 빠질 유혹인 상존한다. 자신이 더 힘들게 살고 있다는 자기 위한식의 결론을 피하려면 초인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p160. 타인들의 신의로부터 무의식적인 수혜를 받고 있는 한 외도라는 문제에도 태연자약할 수 있다. 한 번도 배신당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신의를 계속 유지하기에 좋은 전제조건이 못 된다. 보다 진실하고 충실한 사람이 되려면 적절한 예방접종을 겪어봐야 한다. 한동안 극한의 공황과 모욕을 겪고 붕괴 일보 직전까지 가봐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배우자를 배신하지 말라는 명령이 틀에 박힌 말이 아니라 영구히 뚜렷하게 빛을 발하는 도덕적 의무로 변한다.



p171.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 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p171. 아무것도 희생되지 않은 깔끔한 해결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모험과 안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그는 알았다.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활과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성욕을 죽이고, 외도는 결혼 생활을 죽인다. 두 패러다임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자유사상가인 동시에 결혼한 낭만주의자가 될 수 없다.



p171. "나는 힘들게 성사된 우리의 결혼이 상징하는 이 특별한 타협과 불행에 당신이 충성을 다 할 거라고 믿고 있었어."




p193. 꽃에 붙들린다는 것은 위험한 체념의 상징이었다. 이제 그는 이해하기 시작한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겸양과 실망을  줄 아는 태도에서 나온다. 우리가 장미의 줄기나 블루벨 꽃잎에 감탄할 수 있으려면 그 전에 무엇인가 영구적으로 망가져봐야 한다. 일단 더 큰 꿈들이 언제나 어떤 식으로든 타협되고 만다는것을 깨달으면, 고요한 완벽과 즐거움을 간직한 이 자그마한 섬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다보게 된다.



p193. 성공의 전형들에 맞설 때 그의 삶은 깊은 실망을 아겨주었다. 하지만 결국 실패에 연연하는 것은 위대한 성취가 아님을 알게된다. 씩씩한 태도로 자신의 인생을 관대하고 희망적으로 보는 관점을 찾고 스스로에게 친구가 될 줄 알아야한다. 우리에겐 타인들 앞에서 의연함을 보여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p203. 라비는 자신이 단 한 번 결혼했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언어의 교묘함 덕분이라는 점을 알아본다. 겉으로는 편리하게도 단일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 수많은 진전, 단절, 재협상, 소원한 기간, 감정적 회귀가 깔려 있어 사실상 그는 적어도 열두번은 이혼과 재혼을 겪어온 셈이다. 오직 한 사람과 말이다.



p203. 이제 라비는 낭만주의 개념들이 재난을 낳는다는 것을 안다. 그의 준비된 마음은 완전히 다른 기준들에 기초한 결과다. 그가 결혼할 준비가 된것은 무엇보다 완벽함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p203.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p203. 연인의 이해 능력에는 적정 한계가 있고, 우리는 언젠가 그 한계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직무유기라 비난하지 말아야한다. 그들은 애석하도록 무능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충분히 헤아릴 수 없으며,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게 정상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정확히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다.



p203.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은 철저히 직관에 반한다. 우리는 자신이 지극히 정상이고 대체로 선량하다고 생각한다. 발을 못 맞추는 것은 나머지 사람들이라고.... 그렇지만 성숙은 자신의 광기를 감지하고, 적절한 때에 변명하지 않고 인정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p203.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는 보살핌을 받고 다 받아들여지던 그 느낌을 되살리고 싶어한다. 우리는 마음속 은밀한 구석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예측하고, 우리의 심정을 읽어내고,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모든 면에서 더 나아지게 해 줄 연인을 그린다. 이건 '낭만적'인 것 같지만, 재난의 예고이다.



p203. 중요한 여러 분야에서 파트너가 우리보다 더 현명하고 합리적이고 성숙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배우기를 바라야 하고, 그들에게 지적당하는 것을 인내해야 한다.



p203.  낭만주의 결혼관은 '알맞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인식된다.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을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있는 사람이다. '알맞은'사람의 진정한 표지는 완벽한 상보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조화성은 사람의 성과물이지 전제 조건이 아니다.



p209. 완벽한 행복은 아마 한 번에 5분을 채 넘지 않을, 작고 점진적인 단위로만 찾아온다.



p209. 그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 부를 권리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단지 잠깐 동안 만족을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인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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