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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Nov 08. 2016

당신이 맞다면, 지지 마라

김윤덕이 묻고, 후지와라 신야가 답하다 《겪어야, 진짜》





당신이 맞다면 지지 마라.
두려워해야 할 것은
너를 잃는 일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후지와라 신야'라는 사람에 대해서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혀.모.른.다.고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가 집필한 책을 단 한권도 읽어보지 못한채, 이 책을 접했다. 이 책은 김윤덕이라는 전직 기자가 인터뷰어가 되어 '후지와라 신야'와의 인터뷰내용을 문답식으로 기록해놓은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단 한가지.  단지 이 책에 대한 소개문 때문이었다. "어른의 어른"이라든가, 무엇보다도 "현재 일본 젊은이들의 정신적 구루"라고 평해지는 이 사람에 대해서 알수 있는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 나라는 분명 일본이라는 나라의 전철을 밟고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일본 단카이 세대에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학생운동이나 부동산 버블, 10년간의 경기 침체... 우리는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분명, '어느정도는' 그 비슷한 모양을 가게 될 것이다. 심지어 패션이나 화장법 조차도, 우리나라에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이 일본의 몇 년전 유행양식이라고 하니, 역시 인정하긴 싫어도 무시할순 없는 부분이라 생각해왔었다. 그러기에, 나는 일본에 꽤 관심을 두는 편이다. ─ 그런 내가 문득 이 책의 소개문을 접했을때, 호기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았겠는가.





p31.

왜 여행을 하십니까.

지기 위해, 좌절을 맛보기 위해서 합니다.
여행은 자기가 무너지는 일입니다. 여행을 하면 매일 부서지고 매일 새로워집니다.
그로인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후지와라 신야의 작품들과 책들을 단 한권도 읽어보지 않은 채, 이 책을 읽는 것은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종종 인터넷으로 후지와라 신야의 사진 작품들을 찾아보곤 했었다. 차마 다른 신야의 책들을 다 읽어보고 이 책으로 다시 돌아올 엄두는 안 났으므로. ─ 하지만, 만약 이책을 읽어보려는 잠재적 독자가 있다면, 나는 겁먹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몰라도 된다. 이 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이 책은 머리로 읽는 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책이니까.






죽지마, 살아라





 후지와라 신야. 그는 불같은 사람이고, 바람같은 사람이고, 때론 불타 스러진 한줌 재 같은 사람이고, 대지 같은 인물면서도, 하늘같은 인물이다. 그는 말한다, "살아있으라"고. "죽지마, 살아라"라는 문구는,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기 몇일전 시작한 본인의 사진전의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일뒤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몰아친 대지진이 일어났고, 방사능으로 아직까지도 고통받고 있고, 많은 이들의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그 와중에, 신야는 자신의 전시회를 닫지 않고 이어갔다. 이러한 국가재난상황에서 사진전이 왠말이냐,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때일수록 본인의 사진을 전시하고 희망을 불어넣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 죽지마, 살아라. 이것은 직설적 의미의 생사를 지시할 수도 있지만, 살아있으면서도 죽어서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후지와라 신야의 외침이다.



 

p127.

도쿄 인터뷰 때 사부 신야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하고 물은 적이 있다.
신야가 답했다. "처음부터 있었고, 가장 나중까지 남는 것."
그는 "사랑이 곧 생명력"이라고 했다.





비록 후지와라 신야가 스스로 집필한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은 후지와라 신야를 눈앞에서 인터뷰하면서 그의 정신을 옮겨 놓은 책이기에, 이 책은 그의 생명력으로 활활 타오른다. 독자인 우리는 또 하나의 김윤덕이 되어, 궁금한 모든 것을 대신 전해듣게 된다. 그의 기이한 행동들이 옳다, 그르다,를 논할 문제가 아니다. 그저 이 책은, 그 생명력일 뿜어내는 열기를 오롯이 받아들여야 하는 책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왠지 시들어가는 우리의 정신에도 그의 온기와 열정이 전해져, 다시금 사르르 피어올라야 할, 그런 책일지도 모른다.





 항상 레일 위를 반듯하게 달려가는 것만이 능사라고 배워온 우리들에게, 이 책은 어쩌면 약간의 고통을 줄지도 모르겠다. 마치 우리가 잘못해왔다,고 말하는 것만 같으니까. 그리고 그처럼 열정적으로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너무나도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리고 우리에겐 그런 용기따윈 없는 소시민적 태도 뿐이기에, 다소 반감을 갖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그런 '반감'이라는 묵직한 돌덩이를 치워버리고 나니, 그의 순수한 정신이 나에게 와닿기 시작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그 핵심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 진짜 자아를 찾는 것, 하루를 살면서도 진짜 살아서 살아가기. ─ 그것의 모습은 세상이 규정지어주는 모습이 아니라 각자가 확신하는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접하는 모든 독자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색안경끼고 보지 말고, 조금은 내려놓고,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렇다면, 시련과 고통을 딛고 하늘높이 쭉쭉 뻗어가는 '진짜' 힘이 무엇인지, 바닥까지 내려앉아서 세상을 올려다 볼 때에만 보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모든것을 계획하고 분석하기보다 불확실성 속에 내 자신을 내던질때 얻어지는 경험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모든것에 대해서, 그 '진짜' 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p37.

중요한 것은, '삶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진은 이래야 한다, 사랑은 이래야 하고 인생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신야는 말하고 있었다.















p19. 정보가 많을수록 불안은 줄어들지만 실상에서는 멀어집니다.



p46. 만일 당신이 지금 불행에 빠져 있다면, 소소한 일상을 더더욱 열심히 챙기며 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을 놓치지 않고 살 것,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 자신의 야성을 발해 나만의 인생을 창조해 갈 것, 그것이 비록 세속의 찬사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만 즐거우면 됐지'하는 배짱을 가질 것, 나는 불운조차 행운으로 바꿀수 있다는 허세를 부릴 것. 남과 자신을 비교하느라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게 아니라 앞의 목록들을 하나씩 실천해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p56. 내가 생각하는 반체제의 대상은 미국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었죠. 숨을 쉬고 있는데 숨을 쉬고 있지 않은 느낌, 걷고 있는데 걷고 있지 않은 느낌, 살아 있는데 살아 있지 않은 느낌. 내게는 그런 육체적인 불안과 혼돈이 가득했어요.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공간에서 살아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당시 나를 위협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나의 존재가 억눌리고 있다는 공포였죠.



p90. 대나무를 보세요. 굉장이 가늘지만 키가 커도 쓰러지지 않습니다. 마디가 있기 때문이죠.



p98. 그에게 청춘의 동의어는 '자유'였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현실에 대한 불안과 바닥없는 자유를 가진. 가장 낮은 자리, 삶의 밑바닥에서 세상을 올려다보는 시기였다.



p114. 민주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온 탓에 '모두 똑같이 합시다'라는 주장으로 변질되었지만 그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이 아닙니다.



p114. 나도, 여러분도 모두 시련과 아픔을 겪으며 살지요. 그런데 고통과 슬픔을 지우기는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고통이란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고통인거지요. 그러나 가볍게 할 수는 있습니다.



p144.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좋은 순간은 내가 텅 비었을 때입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건너편에 있는 대상이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텅 빈다는 것은, 자아를 지운다는 뜻입니다.

내가 셔터를 누르는 궁극의 일순, 한 순간은 대상이 나를 바라볼 때 찾아옵니다.



p158. 서른이 밤도둑처럼 담장을 넘어 급습했다면, 마흔은 준비된 시간, 예정된 걸음으로 뚜벅뚜벅 현관문을 통해 걸어 들어왔다.



p207. 물리적인 노화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노화는 자각하는 순간 시작됩니다. 당신이 "아, 나는 마흔을 넘었다, 아, 나는 늙었다"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당신은 늙기 시작한 겁니다. 그걸 일본에서는 "어휘의 영혼"이라고 말하지요. 말에 담겨 있는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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